
아난티는 한때 대북 테마주로 분류됐다. 사명이 에머슨퍼시픽(2018년 변경)일 때 얘기다. 금강산에 골프와 리조트를 짓고 나서부터 아난티 주가는 북한발 풍문에 요동치곤 했다. 요즘 아난티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아난티 스타일’이라 불리는 그들만의 특색 있는 건축 디자인을 무기로 연 매출 1조원(올해 말 예상)의 호텔&리조트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연내 싱가포르를 비롯해 아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국내 호텔&리조트 기업 중 매출 1조원 고지를 밟은 기업은 아직 없다. 27개(2020년 3월 말 기준)의 국내외 호텔을 보유한 호텔롯데조차 2019년 말 매출 9060억원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호텔신라의 호텔·레저 사업부 매출은 전성기이던 2019년 5705억원에 그쳤다.
아난티의 비약을 가능케 한 건 꾸준한 ‘축적의 힘’이다. 이 대표는 “16만㎡ 부지에 단독 빌라, 펜트하우스, 호텔 등 총 390실 규모로 완성한 빌라쥬 드 아난티는 소설에 비유하면 아난티의 첫 장편 소설”이라며 “남해, 가평, 부산, 서울 등에서 아난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고자 해온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건축가 민성진 씨와 남해 아난티(2006년 개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동고동락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호텔업에 뛰어든 사업가들이 건축설계 사무소에 찾아가서 ‘아난티 스타일로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난티 제주클럽(현 세인트포CC 부지)을 포함해 총 6개 ‘플랫폼(거점)’을 확보한 아난티는 이르면 2025년께 청평에 추가 플랫폼을 지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여행 시장이 더 커지고 있다”며 “동(東)부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있는 아난티 코브는 지난해 전국 호텔 중 인터넷 검색량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여행과 관련한 상품과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업에도 뛰어든다. 이 대표는 “‘이터널저니’라는 브랜드로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아난티의 안목으로 선별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행과 관련한 글과 영상 등의 콘텐츠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 확장에 힘입어 아난티 주가는 석 달 새 32.7% 상승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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