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부터 동네에서 이삿짐 트럭 보기가 힘들 정도에요. 경기도 안 좋은데 빌라 '전세 사기'로 떠들석해진 뒤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16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공인 대표는 "불경기로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도 줄었는데 전·월세까지 끊겨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집값이 전세금보다 낮아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빌라 '깡통전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기존 임차인과 분쟁에 휩싸이고 있다. 지역 공인중개와 빌라 건축·분양 업체는 일감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몇 달 새 빌라 전세 수요가 급감한 직접적 원인은 이른바 '빌라왕' 사건 등 신축 빌라를 매개로 벌어진 깡통전세 사기 사건이 부각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은 전세를 찾는 수요가 더 줄었다. 강서구 K공인 대표는 "외지에서 몰려온 편법 마케팅 조직이 활개쳤다"며 "일부 범죄자 때문에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이 피해를 봤고 지역 부동산업계도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상당수 빌라 집값이 이전 임차인의 전세금 수준에 근접할 정도로 떨어졌다는 점도 수요가 줄어든 이유로 지목된다. 강서구 우장초교 인근 한 중개업소에 최근 나온 전세금 1억4800만원인 전용 43㎡ 빌라는 1년 전인 동일 평형이 1억9500만원에 손바뀜해 전세금이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2021년 3월 1억3300만원에 매매됐던 평형이라는 점을 알고 세입자가 발을 돌린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역전세 분석’도 가능하지만 연립·다세대주택은 형태가 비정형적이라 분석을 하기 어렵다"며 "개인이 개별 건물의 실거래가가 있으면 참고하고 거래가 없다면 주변 시세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건축행정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화곡동에서 신축 허가를 받은 공동주택 69개 단지 가운데 13곳이 착공조차 못 했고, 4개 단지는 상반기에 착공했음에도 아직 공사를 마치지 못했다. 소규모 빌라는 보통 6개월 정도면 공사를 끝낼 수 있다. 현장 주변 A공인 관계자는 "전세 사기가 부각되다 보니 멀쩡하게 지어진 빌라도 보러 오는 사람이 줄었다"며 "비싸게 땅을 산 데다 작년에 건축비와 금융비용이 급등한 탓에 손해를 보는 업체도 많다"고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