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신랑 김시우, 17억원 짜리 '허니문 트로피' 들다

입력 2023-01-16 18:31   수정 2023-02-15 00:01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는 ‘결혼 예찬론자’가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메이저대회 최다승(18승) 타이틀 보유자 잭 니클라우스(83·미국)다. 60년 넘게 결혼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아내는 내 직업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줬다. 그래서 한 번도 (가정에 소홀한) ‘나쁜 아빠’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됐다”고 했다.

슬럼프에 빠졌다가 결혼 후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는 “결혼 뒤 더 나은 선수가 됐다”고 했다. 투어 2승의 케빈 스트릴맨(45·미국)도 이렇게 말했다. “결혼 전에는 커트 통과에 급급했지만, 결혼 후 16경기 연속 커트 통과를 했다. 든든한 지원군이 된 아내 덕분이었다”고.

이 리스트에 김시우(28)도 넣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말 프로골퍼인 오지현(27)과 결혼한 뒤 ‘신혼여행’을 겸해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서다. 그는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총상금 790만달러)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이후 2년 만에 거둔 우승(통산 4승)이다. 상금은 142만2000달러(약 17억5000만원)다. 김시우는 “지난주 아내와 신혼여행 겸 하와이에 들어왔다”며 “대회에 출전 중이지만 대회에 왔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했다. 여행처럼 즐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KLPGA 7승 오지현, 휴직계 내고 내조
김시우는 지난 2년간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가) 더 큰 선수인 줄 착각해왔고 그게 내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그럴 만도 했다.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만 17세5개월) 통과, ‘제5의 메이저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최연소 우승(만 21세10개월) 등 어릴 때부터 ‘골프 천재’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주춤한 시기가 왔고, 그 틈을 임성재(25) 김주형(21) 등 쟁쟁한 후배들이 메웠다. 김시우의 우승 시계는 2년 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멈춰 있었다.

이때 곁을 지킨 사람이 오지현이었다. 2년 전 김시우와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오지현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PGA투어 대회장을 찾아 김시우를 응원했다.

그 자신도 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스타지만, 내조를 위해 휴직계(2023시즌)를 냈다. 김시우·오지현 부부를 잘 아는 골프계 인사는 “오지현 선수가 예비 신랑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며 결혼 준비도 거의 도맡았다”고 귀띔했다. 김시우는 “(오)지현이가 자신의 경기를 하면서도 결혼 준비하느라 고생했다”며 “준비를 잘해줘서 정말 고맙고, 또 미안하다”고 했다.
17번홀 위기에서 ‘칩인 버디’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초반부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1~3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아챈 뒤 우승 경쟁에 합류한 그는 헤이든 버클리(26·미국)가 11번홀(파3) 보기로 미끄러지면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결정적인 승부처는 17번홀(파3)이었다. 한 홀 뒤에서 플레이한 버클리가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고 1타 뒤처진 김시우는 이 홀에서 티샷이 그린을 넘어가며 위기를 맞았다. 칩샷을 남겨두고 내리막 경사. 조금만 세도 파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시우는 이를 그대로 넣었다. 당시 16번홀 버클리의 버디를 본 갤러리들의 함성이 김시우가 있는 17번홀 그린까지 들렸지만, 김시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시우는 “16번홀에서 터진 함성을 들었고, 그래서 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며 “공격적으로 쳤고 그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동타를 만든 김시우는 18번홀(파5)에서 또 맞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벙커에 빠진 것. 오랜 시간 캐디와 의논한 그는 핀까지 236야드를 남겨놓고 끊어가는 대신 그린을 직접 공략했다.

아이언을 떠난 볼은 뒤바람을 타고 그대로 굴러가 그린에 안착했다. 이후 2퍼트 버디. 버클리 역시 이 홀에서 버디를 노렸으나, 약 3m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김시우의 우승이 결정됐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17번홀에서 그린을 놓치고 18번홀에서 페어웨이를 놓친 김시우가 두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 우승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통산 4승을 거둔 김시우는 8승의 최경주(53)에 이은 ‘한국 선수 PGA투어 최다승’ 부문 2위 자리를 지켰다. 김시우 뒤를 각각 2승을 올린 양용은(51)과 배상문(37), 임성재, 이경훈(32), 김주형이 잇고 있다. 김시우는 오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에서 열리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대회에 출전해 2021년 이후 2년 만에 이 대회 트로피 탈환을 노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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