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 코앞인데…맹모들도 얼어붙었다

입력 2023-01-17 18:11   수정 2023-01-26 16:48


“자녀 교육 때문에 이사를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기존 집이 안 팔려 이사를 못 오네요.”(서울 양천구 목동 A공인 관계자)

전세시장 한파에 명문 학교·학원가가 밀집한 유망 ‘학군지’ 지역들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새 학기를 앞둔 성수기지만 전세 수요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전세가격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 지역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전세는 아파트 동까지 골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매물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3대 학군지역도 ‘전세한파’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대표 학군지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3개 지역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대치동의 지난해 12월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225건으로 전년 동월(549건) 대비 59% 줄었다. 목동은 같은 기간 449건에서 315건으로 29%, 중계동은 332건에서 301건으로 9% 감소했다. 이달 16일까지의 거래량은 전달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날 돌아본 세 곳 학군지의 전세시장은 ‘한겨울’이나 다름없었다. 목동 신시가지 1~6단지 매물을 취급하는 B공인 관계자는 “현재 전세 매물은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많이 쌓여 있다”며 “작년 1월 목동 6단지 전용 89㎡짜리 매물을 8억원에 전세 계약시킨 사례가 있는데 지금은 같은 면적대 전셋값이 5억원대 초반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목동 C공인은 “겨울방학 때가 학군 이사철인데 올해는 유독 움직임이 없다”며 “목동 신시가지 대장주인 7단지마저도 갱신을 제외한 신규 계약이 거의 없다”고 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주로 겨울방학 때 전세 임차 수요가 많은데 20년간 중개업을 하면서 올해처럼 전세 거래가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대치동 신축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도 전용 84㎡ 전세매물 호가는 14억~16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고 한다. 지난해 초의 전셋값보다 3억~4억원 낮은 수준이다. 중개업소에서 만난 대치삼성2차아파트 집주인 최모씨(57)는 “지난해 11월 전용 84㎡ 매물의 전셋값을 13억원에 내놨는데 임차인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 지금은 9억원으로 낮췄다”며 “정 안 나가면 직접 입주해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계동 대표 학원가로 꼽히는 ‘은행사거리’ 인근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원가와 가장 가까운 동진신안 아파트 전용 101㎡의 경우 지난해 말 8억5000만원이던 전셋값이 올 들어선 1억원가량 내린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기존 집 처분 안 돼 오도가도 못해
이들 세 지역은 전통 학군지역으로 구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가 많지만 학군 수요가 탄탄해 인근 단지 대비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지역이다. 1996년 지어진 중계동 중계청구3차 아파트는 은행사거리 학원가 바로 앞 단지로 전용 84㎡ 기준 전셋값이 10억원에 육박하지만, 지하철 7호선 중계역 앞 중계건영2차의 같은 면적대 전셋값은 중간층 기준 5억원 선이다. 양천구도 신시가지 단지와 학원가를 벗어난 지역 간 아파트 전셋값이 2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학원가가 떠받쳤던 전세 수요는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꺾였다. 목동 A공인 측은 “항상 학교 전입 수요가 있지만 대부분 기존 집 처분에 실패해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학부모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 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 수요 증가와 갱신권 사용 등으로 학군지에서도 전세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박종필/조봉민/최해련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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