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말렸지만 깼습니다"…청약통장 포기하는 청년들

입력 2023-01-18 06:28   수정 2023-01-18 11:20


"요즘 집값도 내려가고 있고 새 아파트 분양가는 너무 비싸던데요. 청약통장 금리도 낮아 매력도 없는 것 같고요. 부모님이 해지하지 말라고 했지만 필요 없는 것 같아 깼습니다."(20대 사회 초년생 박모씨)

지난해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12년 만에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내려가고 있는데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 가격 등은 오르면서 분양가가 뛰어 청약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어서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라면 앞으로 청약통장 해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총 2789만4228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2월 말 2837만1714명보다 47만7486명 쪼그라들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청약홈에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2010년 1009만명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2016년 2000만명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나던 가입자 수는 지난해 7월 전월 대비 1만8000여명 감소한 뒤 6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장 유형별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2677만3000명에서 2638만1000명으로 39만여명 감소했다. 청약저축은 2만5748명, 청약부금은 8535명, 청약예금도 4931명 줄어들었다.

지역별로는 5대 광역시의 가입자 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 작년 6월 530만9908명이었던 5대 광역시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작년 12월 514만7295명으로 줄었다. 서울, 인천과 경기, 기타 지역의 가입자 수 감소 폭도 2%대에 달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는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집값이 내리고 있는 와중에 분양가가 올라 청약에 대한 매력이 줄어서다. 집값이 빠르게 치솟을 때는 청약을 통해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했지만, 현 상황에서는 시세보다 더 높은 가격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게 됐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면서 청약통장보다 더 나은 금리를 주는 예금 상품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지난 15일 기준 연 3.81~4.1% 수준이다. 하지만 청약통장은 연 2%대에 머무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최근 고금리에 기존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했고,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분양의 매력이 줄어들었다. 이에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줄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리가 오르면서 예금 금리도 덩달아 상승, 갈아타기 수요까지 가세한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감소한 청약통장 가입자 47만7486명은 지난해 전체 2789만4228명의 1.71%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을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나 가점이 낮은 일부 예비 청약자들이 통장을 해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고가점자들이 단순히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고, 고금리에 더 나은 예금 상품이 출시됐다고 해서 청약통장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집값 급등기 '로또 청약'을 노리고 진입했던 저가점자나 청약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사회 초년생들이 해지했을 것이다. 또 일부 청약에 당첨돼 통장을 소진한 경우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고 있고 금리도 고공행진하고 있어서다. 시장 상황이 바뀌기 전까진 가입자 수 감소가 계속될 것이라는 뜻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장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게 눈에 보인다"며 "상승할 때는 빠르게 늘었다가 하락할 땐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과거 데이터와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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