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명절 상에 '정치' 올리기 전에

입력 2023-01-19 17:50   수정 2023-01-20 00:33

명절 연휴로 모인 가족 및 친지와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불편하기는 어디나 마찬가지다. 미국 퀴니피악대가 2020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가족과 피하고 싶은 대화 주제로 ‘정치’를 꼽았다.

통계는 없지만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설 연휴에도 TV 뉴스에 등장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놓고 얼굴을 붉히는 가정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정치적 차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연구를 떠올려 보자.
정치 성향은 곧 개인 정체성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UC버클리 교수는 “사람은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한다”고 썼다. 대중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의미하는 ‘프레임’ 개념을 유행시킨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저서에서다.

여기서 레이코프는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이나 부모상을 정당에 투영시킨다고 설명한다. 엄격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남성은 공화당에, 자상한 부모를 좋아하는 여성은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이다. 그 같은 프레임은 개인의 신념 및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만큼 다른 프레임을 가진 사람을 논리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흔히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을 어리석다고 폄하하는 이유다.

이 같은 프레임을 쉽게 바꿀 수 없는 이유는 조너선 하이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설명했다. 그는 <바른 마음>에서 정치적 성향을 결정짓는 여섯 가지 감정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 △공정 △공동체에의 충성 △권위 및 위계에 대한 존중 △신성 및 고귀함을 향한 믿음 △자유 등을 꼽았다. 이 중 진보주의자는 배려와 공정, 자유 등 세 가지 감정에 호응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여섯 가지 감정에 모두 감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선호는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정서적 선호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호하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이나 동의할 수 없는 정치적 주장을 들을 때 종종 분노가 먼저 치미는 것은 정치 성향이 그만큼 정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도 다른 점 인정해야
남도 아닌 가족과의 정치적 차이가 더욱 서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성향은 가정 바깥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까지 포함한 개인의 삶을 씨줄과 날줄로 이어 엮은 하나의 서사다.

조너선 갓셜은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사람은 불확실성과 임의성에 질색한다.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지 못하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고 했다. 자존감의 근거가 되는 ‘자기 서사’를 개개인이 만드는 과정에서 종교에 대한 신심도, 음모론에 대한 맹종도 형성된다는 갓셜의 설명이다.

변화가 빠른 한국에서 1980년대에 청춘을 보낸 부모와 21세기에 대학에 들어간 밀레니얼이 경험한 것의 차이만큼 정치 성향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연휴 기간 정치 이야기는 아무쪼록 접어두자. 함께하는 시간 동안 나눌 것은 그 외에도 많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목사 아버지는 자신의 뜻과 다르게 평생을 살았던 둘째 아들을 앞세워 보내는 장례식에서 다음과 같이 설교한다. “우리는 서로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완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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