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韓·이란의 오랜 역사

입력 2023-01-20 16:42   수정 2023-01-21 00:46

2017년 테헤란의 이란국립박물관에 국보·보물을 포함한 신라 유물 144점이 펼쳐졌다. 금으로 만든 왕관과 허리띠 등 신라 특유의 황금 문화와 함께 이란 문화의 흔적이 담긴 유물이 소개됐다. 대표적인 것이 보물로 지정된 ‘경주 계림로 보검’이다. 1973년 계림로 14호묘에서 출토된 길이 36.8㎝의 화려한 장식 보검인데, 신라의 전통적인 칼과는 모양, 장식 등이 확연히 다르다. 5세기 유물로 추정되는 보검의 형태는 중앙아시아의 장식 단검과 비슷하고, 장식에 쓰인 보석들은 동유럽 지역에서 나는 것이어서 페르시아에서 만든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경북 칠곡 송림사 전탑에서 나온 유리잔(7세기)과 경주 황남대총 북분에서 나온 ‘무늬를 새긴 유리잔’은 사산조 페르시아(226~651) 계통이다. 자기 아내를 범한 역신(疫神)을 노래와 춤으로 물리친 처용, 신라 원성왕릉(괘릉)의 무인석은 크고 오뚝한 코, 부리부리한 눈, 입고 있는 옷과 살짝 휜 머리카락까지 서역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경주 월성(사적 제16호)에서 발견된 터번 두른 토우, 덥수룩한 턱수염과 움푹 팬 눈의 경주 용강동 토용(인물상)도 마찬가지다.

이란의 대서사시 ‘쿠쉬나메’는 멸망한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자가 신라 공주와 혼인해 왕자를 낳고, 그 왕자가 돌아가 아랍의 폭정자를 물리치고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나오는 ‘바실라(Bashilla)’는 ‘더 좋은 신라, 아름다운 신라’라는 뜻이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혜초가 들렀던 파사국(波斯國)이 바로 페르시아다. 고려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진 것도 예성강 하구의 국제무역항 벽란도를 드나들던 아라비아와 페르시아 상인들을 통해서였다.

이처럼 교류 역사가 깊은 한국·이란 관계가 “UAE(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한마디에 뜻밖의 외교 리스크에 직면했다.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한 발언”이라는 우리 측 해명을 이란은 수긍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962년 한국과 수교한 이란은 1970년대 중동 붐의 원천이었다. 1979년 이란혁명 이후 관계가 껄끄러워졌지만 교역 상대국으로서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양국 간 오해가 빨리 풀렸으면 좋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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