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정치학…웃는 후보가 득표율 2.7%P 더 얻는다

입력 2023-01-23 17:42   수정 2023-01-23 17:43


선거 벽보에에서 활짝 웃는 후보가 전혀 웃지 않는 후보보다 평균 2.7%포인트를 더 득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우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난해 가을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한 '후보자의 미소와 득표율의 관계' 논문의 내용이다.
어떻게 조사했나
강 교수는 1995년 1회 지방선거부터 2018년 7회 지방선거까지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사용된 후보 사진 500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해당 선거의 입후보자는 5392명이었지만 중도 사퇴로 선거 결과를 알 수 없거나, 단독 입후보한 사례 등을 빼고 통계를 낸 것이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웃음의 크기를 0부터 1까지 범주화했다. 0은 '전혀 웃지 않음'이고, 1은 '크게 웃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웃음의 크기와 선거 득표율의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웃음의 크기가 0인 후보자에 비해 1인 후보자의 득표율은 2.7%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그런가

논문이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미소를 띤 얼굴을 보면 인지적 판단 및 사회적 행동이 활성화 된다. 미소가 뇌의 안와전두피질을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소를 띤 얼굴은 보는 이의 쾌락적 감정을 이끌고, 이는 곧 긍정적인 감정으로 전이된다. 미소를 자주 짓는 사람이 좋은 사회적 평가를 받는 이유다.

기존 연구에서는 웃고 있는 사람이 통상 더 친절하고, 정직하며, 지적이고,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성이 높고 이타적으로 행동할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외모를 중요한 투표 결정의 근거로 삼는 유권자 입장에서 미소를 짓는 얼굴에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권자는 통상 후보자의 외모에서 능력과 지배성향, 매력, 따뜻한, 신뢰성 등의 속성을 추론해 투표 의사를 결정한다.

물론 반대되는 연구도 있다. 1987년 독일 연구에서는 선거 벽보의 웃는 모습이 '될 대도 돼라'는 무책임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97년 연구에서는 웃음의 강도가 지나치게 강하면 덜 지배적이고, 권력의지가 낮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의 정치학
정치인들도 이같은 미소의 효과를 일찍부터 의식해왔다. 강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후보자들의 평균 '미소 지수'는1회 지방선거 벽보에서 0.4에 불과했지만, 7회 선거에서는 0.8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최근 선거에서는 활짝 웃지 않는 후보자를 찾기가 힘들다.

연령대를 기준으로는 나이가 많은 후보자일수록 크게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미소 지수는 △2~30대 0.57 △40대 0.69 △50대 0.7 △60대 0.72 등이었다.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유권자들에 적을수록 미소 효과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 선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커질 경우 미소 효과는 줄었다. 외모 이외에 정책, 후보자 인격 등에 대한 정보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해외 연구와 비교해도 재미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미소 짓는 후보의 득표율이 2.3%포인트, 호주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5.2%포인트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선거제도의 차이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호주는 의무투표를 시행해 선거에 관심이 없거나, 후보자 정보가 전혀 없는 투표자도 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가 없는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서는 비율이 그만큼 높은만큼 미소가 갖는 정치적 효과도 크게 나타난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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