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이 월트디즈니를 상대로 "음력 설이 아니라 중국 설"이라고 주장하며 악성 댓글을 퍼부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영국박물관의 '음력 설' 표기에 딴지를 건 데 이어 중국 네티즌의 댓글 공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월트디즈니가 미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테마마크 '디즈니랜드'의 공식 트위터 계정(@Disneyland)은 지난 12일 설 명절을 앞두고 "디즈니만의 특색을 가미한 독특한 요리로 디즈니랜드에서 '음력 설'(Lunar New Year)을 맞을 준비를 하세요"라는 내용의 트위터 게시물을 올렸다.
이 트윗에는 중국계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몰려와 '음력 설' 표현에 항의하는 댓글 300여개를 달았다. 왜 '중국 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냐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중국어 간체자로 "춘절은 중국의 전통문화로, 이 영향을 받은 한국과 베트남이 주인 행세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용자도 "'중국 설'(Chinese New Year)은 전세계적인 기념일이고, 그 기원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라고 거들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음력 설 표기가 "중국 어린이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유럽계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여기 있는 사람들이 '중국 설' 표현을 원한다는 것은 민족주의적 거짓말"이라며 "같은 날을 베트남에서는 '텟'이라고 부른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러한 잡음에도 디즈니랜드는 연휴 시작 첫날인 지난 21일까지 "드디어 음력 설이 왔다"며 동일한 표현을 고수했다. 디즈니 측은 최근 한국 설과 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가 최근 방영한 '미키마우스 펀하우스' 시즌 2의 '구피는 그걸 싫어해' 에피소드에서는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 등 캐릭터들이 음력설을 맞아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며 '떡국'(Tteokguk)을 요리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의 정부 기관들도 음력 설을 설명할 때 한국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작년 12월 21일 세계 각국의 기념일을 소개하는 글 마지막 항목에서 "설날(Sul Naal), 한국의 새해 명절"이라면서 2023년 설날이 1월 22일이며, 연장자에게 세배하는 풍습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박물관은 설을 앞둔 지난 20일 저녁 'Celebrating Seollal 설맞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전통 공연 등의 행사를 하면서 'Korean Lunar new Year'(한국 음력 설)라고 적었다가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네티즌들로부터 댓글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영국박물관은 관련 트윗 글을 삭제한 후 이틀 뒤인 22일 여러 소셜미디어에 토끼를 들고 있는 중국 청나라 여성의 그림을 올리면서 해시태그에 'Chinese New Year'(중국 설)이라고 적은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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