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여권에선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점치는 시각이 더 우세했다. 올해 초까지 당대표 지지도 1위를 차지한 데다 당원협의회 등을 돌며 당권주자 행보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전날까지 출마와 불출마 선언문을 둘 다 작성한 뒤 출마 여부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기자회견 2시간 전인 이날 오전 9시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전했다.
장고 끝에 불출마를 결정한 데는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출마하면 ‘반윤(반윤석열)’ 주자로 전대를 치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안 의원에게 뒤처진 점도 막판 출마 포기의 이유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을 돕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고 갈지가 제일 어려웠다”며 “출마했을 때 어떤 스탠스 혹은 메시지를 내야 할지 불명확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10%대 중반에 이르는 나 전 의원 지지세가 어디로 향할지다. 친윤계에선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전통 지지층을 흡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전통 당원은 주로 김기현과 나경원을 두고 고민했다”며 “안 의원 표로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와 초선 의원 성명 등으로 나 전 의원 동정 여론이 확산된 만큼 나 전 의원 지지세의 60~70%가 안 의원에게 몰릴 것이란 예상이다. 한 초선 의원은 “김 의원 지지율에는 최근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으면서 빠진 친윤 표가 이미 반영돼 있다”며 “이 때문에 김 의원이 나 전 의원 표를 더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안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 의원은 “앞으로 나 전 의원과 손잡고 더 사랑받는 국민의힘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적절한 시기에 한 번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다른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대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고 답했다.
양길성/맹진규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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