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서 쫓겨날 판"…남성정장 수난시대

입력 2023-01-27 10:17   수정 2023-01-27 17:11


“정장 비중 줄이지 않으면 백화점에서 매장을 빼겠다고 합니다.”

한 중견 정장 브랜드 영업팀은 최근 백화점으로부터 정장 비중을 줄이고 캐주얼 의류를 늘리라는 압력을 받았다. 사내 복장 자율화가 대세가 되면서 정장 매출이 급감하면서다.

전통 남성 정장 브랜드들이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변신하고 있다. 니트와 캐주얼 재킷 비중을 높이고 정장 비중을 낮추는 방식이다. 삼성물산의 정장 브랜드 ‘갤럭시’와 '로가디스'는 이미 캐주얼 의류 비중을 전체 70%까지 끌어올렸다. 30~40대 정장 브랜드인 신원의 ‘지이크’ 등도 캐주얼 비중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제 정장 브랜드 아냐
국내 남성 정장 브랜드는 2016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삼성전자가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이후 매출에 결정타를 맞았다. 삼성전자를 따라 LG, SK, 현대자동차 등 대부분 기업이 사내 ‘복장 자율화’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남성 정장 브랜드의 매출은 이후부터 계속 감소세다. 한국섬유연합회에 따르면 남성정장 시장 규모는 2016년 4조5816억원에서 2021년 4조5028억원으로 1.7% 줄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남성 정장 브랜드 매출이 3조8810억원으로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장 브랜드의 어려움은 국내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1818년 문을 연 미국 정장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도 2020년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초고가 정장 브랜드들도 백화점에서 사라지고 있다. 키톤과 브리오니, 체사레 아톨리니 등 세계 3대 브랜드로 불리는 정장 브랜드도 백화점 내 단독 매장을 줄이는 상황이다.

2021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는 브리오니 매장이 철수했다. 갤러리아는 압구정 명품관에서는 키톤 등 럭셔리 정장 브랜드의 매장을 축소하는 대신 편집 매장을 열어 여러 브랜드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정장만으로 단독매장의 상품 구색을 갖추기에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변신
정장 브랜드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의 변신을 탈출구로 세웠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군더더기 없이 디자인이 특징인 의류를 뜻한다. 검은색이나 회색, 흰색 등 무채색 계열의 맨투맨 티셔츠와 터틀넥, 니트 계열의 옷이 대표적인 컨템포러리 디자인의 특징이다.

정장 브랜드 키톤은 지난 11월 청담동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새 단장 하면서 1층에 패딩 점퍼와 청재킷 등 캐주얼 의류를 대거 들여왔다. 정장은 2층으로 올리면서 여성 의류를 배치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국내 정장 브랜드도 이런 변화의 영향을 받아 의류 구성 비율이 달라지고 있다. 100% 정장과 와이셔츠를 고수했던 과거와 다르게 컨템포러리의 의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삼성물산의 ‘갤럭시’와 ‘로가디스’는 10여년 전 캐주얼 비중이 30~40%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각각 80%, 85%로 늘렸다. 한 정장 브랜드 관계자는 “백화점으로부터 캐주얼 의류를 늘리라는 압력이 들어온다”며 “정장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매장을 빼겠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줄면서 정장 브랜드 매출 감소세는 일단 진정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갤럭시 매출은 2021년과 2022년 전년 대비 각각 10%, 20% 성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전통 정장 브랜드도 다양한 상품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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