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의 꿈' 입자가속기, 암세포 골라잡는 킬러 변신

입력 2023-01-27 17:16   수정 2023-01-27 23:53


원자핵 내부 구조는 어떻게 들여다볼까. 특수 현미경 또는 입자 가속기를 써서 본다. 가속기는 전하를 띤 입자를 전기장, 초전도 장치 등을 이용해 가속한 뒤 표적에 충돌시켜 물질 내부를 연구하는 장비다. 가속되는 입자에 따라 중이온·양성자·전자 가속기 등으로 분류된다. 입자물리학자들이 늘 갖고 싶어 하는 장비이기도 하다. 가속기를 사용한 연구가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진 사례만 30번이 넘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기관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자체 개발한 9메가전자볼트(MeV)급 전자가속기에 대한 사용 허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4개월에 걸쳐 기술 적합성을 심사받았다.

이번에 개발한 가속기는 C밴드형 가속관과 초고속 전자빔 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전자가속관은 사용 주파수 대역에 따라 S밴드, C밴드, X밴드형으로 나뉜다. 저주파를 사용하는 S밴드형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장치가 커지는 단점이 있다. 고주파를 사용하는 C밴드, X밴드 가속관은 짧게 설계할 수 있어 소형 방사선치료기로 활용한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전자가속기로 암세포 치료 전임상 실험을 할 것”이라며 “국산 전자가속기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본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최근 붕소-중성자 포획치료용 양성자 가속기 시제품을 선보였다. 붕소-중성자 포획치료는 중성자를 만나면 방사선을 내뿜는 붕소 화합물을 암환자에게 주입하고, 중성자를 쏴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기술이다. 중성자를 발생시키려면 양성자를 쏴 금속 타깃에 부딪히게 해야 한다.

붕소-중성자 포획치료는 두경부암, 악성 뇌종양, 재발암 등에 효과적이다. 1~2번 수술만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고 알려졌다. 아직 국내에선 상용화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아 개발된 이 양성자 가속기는 2028년 임상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개발하고 있는 거대 시설인 중이온가속기 ‘라온’도 내년부터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2011년부터 1조5000억여원을 들여 대전 유성 신동 95만㎡ 부지에 구축하고 있다. 우라늄 같은 무거운 원소를 초속 15만㎞로 가속하는 극한 기술이 집약돼 있다. 전단부 가속장치(QWR) 22기, 후단부 가속장치(HWR) 32기 등 총 54기로 이뤄졌다. 지난달 QWR 22기에서 빔 인출에 성공하는 등 시운전을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라온은 목표 성능이나 희귀동위원소 생성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가속기”라며 “3월까지 전체 구간에 대한 빔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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