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요, 중독인가봐요"…맘카페 뒤집어놓은 회사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입력 2023-01-28 15:25   수정 2023-01-28 16:49


“새벽마다 보물 상자 열어보는 재미로 살아요. 저도 쿠팡 중독인가요?”(내곡맘)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물건이 도착해요.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에요”(흥덕맘)

최근 맘카페에서 자주 올라오는 이런 유형의 글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쿠팡의 ‘락인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실생활의 최전선에 있는 여성들이 ‘로켓배송’에 중독됐다는 것은 쿠팡과 이마트의 온라인 경쟁이 쿠팡의 승리로 기울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8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쿠팡 주가는 전날 16.7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작년 5월 저점 대비 80% 넘게 상승했습니다. 시가총액은 35조24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경쟁사인 이마트(시총 3조301억원)와의 격차는 12배까지 벌어졌습니다.

거품 논란에 시달리던 주가가 오른 이유는 쿠팡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7742만달러(956억원)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시장 점유율도 나홀로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상반기 쿠팡은 온라인 쇼핑 점유율 20.8%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쓱닷컴은 2.8%에서 3.1%로 오르는데 그쳤고, 이마트가 운영하는 G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은 9.2%에서 7.9%로 떨어졌습니다.

쿠팡이 주도권을 잡은 배경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금 지원, 하루 배송 시스템 도입 등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곳에서 원인을 찾자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업 발전 역사에서 새로운 산업의 지배자는 대부분 ‘제도권’ 밖에서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의 리더는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이나 노키아에서 나오지 않았고, 전기차 강자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는 독일이나 일본에서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전통 강호들은 신사업에 힘썼지만 기존 사업을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배수진을 치고 달려드는 쿠팡 같은 신생 업체에 비해 추진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새로운 사업에 ‘올인’할 수 있는 경영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후 작년까지 매 분기 2500~5000억원의 적자를 내며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물류망에 투자한 비용만 6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이마트는 2021년 이베이코리아(G마켓글로벌)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며 승부수를 걸었지만, 최근 들어 수익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경영자가 비전이 있더라도 직원들이 새로운 일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시멘트 제조사 오너는 “시멘트 사업에 익숙해진 직원들을 데리고 새로운 사업을 도모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쿠팡과 이마트의 사례는 주식 시장에서 영원한 1등은 없고,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때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한때 30만원을 넘었던 이마트 주가는 10만원 초반대로 내려왔습니다. 롯데쇼핑은 고점 대비 5분의 1토막 났습니다. 쿠팡은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국내 유통주를 전부 합한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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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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