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지방자치단체 민원실과 여행업계에 따르면 전국 주요 여권발급센터는 신청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최장 3시간 기다렸다는 경험담까지 나온다. 여권을 만들기 위해 종로구청에 들렀다는 직장인 A씨는 “어제 오후에 왔을 때 2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갔다”며 “오늘은 반차를 내고 오전 9시 전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구청도 늘어난 여권 발급 수요로 진땀을 빼고 있다. 종로구청 민원실 관계자는 “요즘 들어 하루 500건 이상 여권 발급 신청을 받고 있는데 월요일이나 휴일 다음날이면 접수창구에 3명을 배치하는데도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일부 구청은 수요 대응을 위해 야간 운영을 결정했다. 서울 은평구청이 금요일마다 운영하는 야간민원실에서 지난해 12월 처리한 2000여 건의 민원 가운데 1800건이 여권 발급이었다. 경남에서 올해 18일까지 발급된 여권은 1만321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50건)에 비해 10배 정도 늘어났다. 서울 강남구청은 이달 여권 접수직원 2명을 새로 채용했고, 2월 추가로 뽑기로 했다.
여권 신청 대란이 발생한 이유는 세계적인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와 함께 일본 무비자 여행 재개 영향이 컸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용산구청 여권과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하루 200건 이상으로 늘어나더니 석 달 전쯤 일본여행이 재개된 이후로는 300건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여권을 새로 발급받거나 갱신하려고 신청했던 사람들은 여권이 제때 안 나와 해외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한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에는 여권을 예상대로 발급받지 못해 여행상품을 취소하거나 환불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여권이 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는 건수가 지난해 말부터 30% 가까이 늘었다”며 “출발이 코앞에 있는 특가 할인상품을 무작정 예약한 고객들이 난감해한다”고 말했다.
여행사들은 항공편과 호텔의 빈자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일부 대형 회사는 전액 환불해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일부만 돌려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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