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도 소용없다"…中 최고 핵무기 연구소 美반도체 조달

입력 2023-01-30 10:40   수정 2023-02-27 00:01


중국의 최고 핵무기 연구기관이 지난 2년여간 미국의 수출 통제를 뚫고 첨단 반도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정부가 쌓아 올린 규제 장벽에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사용자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수출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국영 중국공정물리연구원(CAEP)의 조달 문건을 인용해 지난 2020년 이후 2년 반 동안 미국 반도체 업체로부터 최소 12건 이상 첨단 반도체를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1958년 중국 쓰촨성에 설립된 CAEP는 최고 핵무기 연구자들을 기용해 중국 최초의 수소폭탄 개발한 곳이다. 미국은 1997년 CAEP를 중국 기관 중 처음으로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수출통제를 우회해서 반도체를 계속 들여왔다.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에 이전되지 않도록 추가 조치에 나섰으나 사각지대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CAEP는 지난 2년간 미국의 반도체업체인 인텔,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를 상당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1월 조달 입찰에선 60여개의 인텔 프로세서 칩과 49개 엔비디아 반도체를 사들였다.

미 상무부가 수출 대상을 확대한 지 5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20년 6월 미 상무부는 CAEP와 산하 기관 등 중국 핵무기 개발과 관련한 기관 10여곳으로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베이징 전산과학연구센터를 비롯해 청두 미세광학공학 연구센터 등 기초과학 연구원이 제재 명단에 들었다.

CAEP가 조달한 미국산 반도체는 7나노미터(nm)에서 14나노미터 사이즈로 대부분 중국에서 양산하지 못하는 고성능 반도체다. 데이터센터와 개인용 컴퓨터(PC)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는 중국 내 재판매업자(리셀러)를 통해 CAEP에 흘러 들어갔다.

반도체 중 다수는 핵폭발 모델링을 비롯한 계산 유체역학 연구를 위해 쓰였다. 일부는 전산시스템의 부품으로 활용됐다. CAEP가 발간한 연구 논문을 검토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최소 34건의 연구에서 미국산 반도체가 사용됐다. 30여건 중 최소 7건 연구가 핵무기 유지에 적용됐다는 관측이다.

CAEP의 연구원들은 6건의 연구에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미국산 반도체를 관성봉입핵융합(ICF) 장치를 향상하기 위해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를 통해 중국이 핵무기를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관측했다.

논문을 검토한 프랭크 본 히펠 프린스턴대 교수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기존에 비축한 핵무기를 유지·보존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코드 개선에 사용하려는 의도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연례보고서를 통해 핵무기 개량이 가속화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인민군은 지금 같은 속도라면 현재 400여개인 핵탄두를 2035년에는 1500여개로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향한 제재 강도를 높였지만 감시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을 본격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CAEP가 구매한 인텔의 제온 골드,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등은 중국 e커머스인 타오바오를 통해서 쉽게 구매할 수 있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1년 세계 반도체 매출 5560억 달러 중 33%가량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미국 산업안보국은 판매 업체가 직접 최종사용자를 실사할 것을 요구했고, 미 상무부는 제재를 한층 더 엄격하게 시행할 거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전략국제연구센터의 그레고리 알렌 선임 연구원은 "중국군과 그 관련 기관들은 페이퍼컴퍼니 등을 활용해 최종 사용자 제한 규제를 피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확산 방지 연구기관인 제임스마틴 센터의 이안 스튜어트 이사는 "최종 사용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 유통업체에 반도체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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