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특구'로 변신 나선 포항…'제2 영일만 기적' 일군다

입력 2023-01-31 10:48   수정 2023-01-31 10:49


경북 포항시는 2015년 철강경기가 호황일 때만 해도 울산 못지않은 부자도시로 다른 도시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이후 불어닥친 세계 철강경기 침체에 2017년 규모 5.8의 지진이 겹치면서 포항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말에는 인구 50만명선이 무너졌다.

이런 위기속에서 포항은 최근 ‘대한민국 배터리 특구’로 새로운 대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철강산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2017년부터 배터리(2차전지) 소재산업 육성에 나선 지 6년여만에 리튬과 니켈 등 핵심 소재 생산부터 전구체와 양극재, 음극재, 재활용(리사이클링)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터리 소재 전주기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포항시가 올해초 대한민국 배터리산업의 글로벌 탑티어(일류국가) 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한 것도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정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지속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하는 ‘2차전지 특화단지’ 로 지정을 받아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원료·소재 전주기 밸류체인 완성
포항 북구 흥해읍 영일만 산업단지에는 철강을 생산하는 굴뚝 공장 대신, 배터리 신 소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에코프로 포항캠퍼스’가 눈에 들어온다.

국내 1위 양극재 생산업체인 에코프로는 2017년부터 이곳에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소재 추출부터 양극재 생산, 리사이클링(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총 6곳의 배터리 종합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에코프로는 2025년까지 총 3조4000억원을 들여 포항캠퍼스를 세계적인 2차전지 소재 생산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한 캠퍼스 고용 인원만 2400여 명에 이른다.

이미 에코프로 캠퍼스에는 연산 15만t 규모로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소재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다. 인근 블루밸리국가산단에는 포스코케미칼이 인조흑연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GS건설은 영일만 4산업단지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을 투입하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들 기업이 포항 배터리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한 금액만 4조원에 이른다.

정명숙 포항시 배터리 첨단산업과장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구체 등 배터리 핵심 소재를 원료부터 소재 생산까지 완벽하게 밸류체인을 완성한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강조했다.
○삼원계 양극재 세계시장점유율 1위
포항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 산단을 들여다보면, 과연 여기가 대한민국 철강산업 도시가 맞는지 의심을 품게할 정도다. 불과 6년이란 짧은 기간에 세계가 부러워할만한 최첨단 배터리 공급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포항 영일만산단에서는 양극재가 매년 15만t씩 쏟아져 나온다. 배터리에 리튬을 공급하는 양극재는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에너지원으로, 배터리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에코프로는 2021년 기준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양극재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2026년까지 이를 24만t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도 인근에 6만t 규모 양극재 생산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2026년에는 포항에서 30만톤 이상의 양극제가 생산된다. 포스코케미칼은 포항에서 인조흑연 음극재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곳은 포항 뿐이다.
○전기차 450만여대 양극재 공급망
포항시는 ‘K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대부분이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일찌감치 원재료 확보에도 사활을 걸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포항에는 5년내에 37만t에 이르는 전구체 생산라인이 완성된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중간 원료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의 광물을 가공해 제조한다. 양극재 원가에서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원료 공급망의 안정성이 중요해지며 국내 생산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CNGR은 2026년 포항에 25만t규모의 전구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구체 10만t은 전기차 배터리 120만 여대에 필요한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포항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생산 능력을 올해 5만t에서 2026년 12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3년후에는 전기차 450만여대에 필요한 양극재를 만들수 있는 양이 포항에서 확보된다.
○정부 지정 특화단지 최적지는 포항
포항은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가속기연구소 등 대학과 연구소, 연구기관(R&D)이 밀집해 있어 2차전지 분야 연구 및 기술 개발을 지원할 완벽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동해 유일 컨테이너항인 영일만항을 보유하고 있어 항만물류를 활용한 배터리 원료, 소재 유통과 공급이 수월한 것도 큰 장점이다. 향후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도 특화단지 지정여건에 유리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첨단산업의 국가 경쟁력과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과 보호를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지난해 8월 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기반시설 구축 및 세제 감면, 인허가·인프라 등 패키지 투자, 연구개발(R&D) 등 전략산업의 혁신발전과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배터리 소재 시장은 향후 큰 폭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73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인 양극재 시장은 2030년 783억달러(약 99조9000억원)로, 음극재 시장은 37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142억달러(약 18조1200억원)로 각각 353%, 284%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강덕 시장은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K-배터리’ 선도도시 도약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2차전지 글로벌 탑티어(일류강국)로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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