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경영인 최규옥 회장이 PEF에 매각 결단한 이유는[김채연의 딜 막전막후]

입력 2023-02-03 09:55   수정 2023-02-06 09:29

이 기사는 02월 03일 09: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은 ‘괴짜’ 경영인으로 유명하다. 외환위기 시절이었던 1997년 개인 치과병원 원장을 하다가 갑자기 진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든 것만 봐도 그렇다. 행정 시스템이 개선되면 진료 효율성을 높일텐데라는 아쉬움을 직접 해결하려 나섰다.

그렇게 사업가로 변신한 최 회장은 더 원대한 꿈을 꾸었다. 2000년대 초반 임플란트 불모지였던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 이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를 최고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일념이었다. 최 회장이 지난 20여년간 임플란트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 국내 1위로 키워냈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2021년 말 2215억원에 이르는 최악의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다. 최 회장이 회사를 매각할 것이란 예상은 이 때부터 있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최 회장을 만나 매각을 논의했던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혀를 내눌렀다. "말도 안되는 프리미엄을 부른다" "주변에서 들은 것보다 더 괴팍하다" "괜히 떠보는 거지 실제로는 팔려는 마음이 없는거 같다" 등등 소문이 많았다.

지난달 매각 발표에 깜짝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최 회장은 돌연 경영권 매각을, 그것도 MBK파트너스-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 컨소시엄에 판 배경은 무엇일까.
김수민 대표, 30여번의 만남 끝에
서울대 치과대학 출신의 최 회장은 자수성가한 경영인이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전신은 최 회장이 1997년 세운 치과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디앤디시스템이다. 이후 2000년 우연한 계기에 토종 임플란트 회사를 인수하면서 임플란트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기존의 보철 치료 방식인 틀니, 브릿지 방식에서 나아가 새로운 방식인 임플란트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당시는 임플란트 시술 자체도 드물었고, 시술을 할 줄 아는 의료진도 거의 없던 때였다. 그나마도 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아주 낮았다. 최 회장은 고심 끝에 교육센터를 세웠다. 치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시술 교육에 나선 것이다. 시술이 가능한 의료진이 늘어나자, 오스템임플란트의 제품 판매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수입산보다 가격을 낮추고 품질 수준을 높이자 주문이 몰려들었다. 최 회장이 국내 임플란트 대중화를 이끈 선구자로 불리는 이유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글로벌 4위 업체로 자리잡았다. 시장점유율 8% 수준이다. 한중 양국에서는 시장점유율 각각 45%, 33%로 독보적 1위다.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보는 오스템임플란트는 안정적인 회사가 아니었다. 임직원의 횡령, 배임 등 각종 부정부패가 수시로 도마에 올랐다. 창업자인 최 회장조차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최 회장이 약 1000억 규모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경영 일선에 물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주식 거래가 정지될 정도로 파장이 컸다. 체계가 없는 내부 시스템은 회사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2021년 말 직원의 횡령 사건 역시 시스템 부재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쇼킹’한 일이다. 회사 최대주주인 최 회장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회사는 시스템 개선을 약속하는 수준에 그치는 대책을 내놨다.

'은둔의 경영자'로 분류되는 최 회장은 직원 횡령 사건 이후 더욱 외부와의 만남을 꺼렸다. 국내외 대형 PEF와 기업들이 각종 네트워크를 동원해 최 회장에게 접촉을 시도해도 만나기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PEF 대다수가 최 회장에게 매각을 설득하기 위해 줄을 섰었다”라며 “그런데 최 회장이 너무 터무니없는 제안을 해 다들 발길을 돌렸다고들 한다”고 했다.

최 회장 마음을 돌려세운 게 김수민 UCK 대표다. 지난해 초부터 김 대표는 최 회장을 30번 이상 만났다고 한다. 최 회장이 PEF 대표와 수십 번에 걸친 만남 자체도 이례적이라고 한다.
‘글로벌 1위로 키우자’ 의기투합
최 회장이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두고 김 대표를 만난 것은 아니다. 처음엔 호기심이 더 컸다. UCK가 치과용 구강스캐너 회사 메디트를 글로벌 상위권 기업으로 키워낸 비결이 궁금했다. 최 회장의 업계 지인들이 UCK를 좋게 평가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메디트는 UCK에 인수된 뒤 치과 의료진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은데다 품질도 우수한 제품으로 입소문이 난 터였다.

UCK는 2019년 말 메디트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한 뒤 최근 2년반 만에 2조4600억원에 매각해 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메디트는 2019년만 해도 업계 5위권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1위를 넘보고 있다. 영등포의 소규모 토종 업체였던 메디트를 선진국 시장에서도 통하는 회사로 키운 스토리는 최 회장 입장에서도 관심을 끄는 주제였다.

UCK는 최 회장을 만나 다양한 주제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최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얘기는 선진국 시장에서 오스템임플란트의 성장과 관련된 얘기들이었다. UCK는 선진국 시장을 잡아야 오스템임플란트를 세계 1위 회사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선진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최 회장의 오랜 도전 과제이기도 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한중 양국에서는 압도적 1위로 성장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법인 하이오센을 별도로 설립해 직접 생산과 판매에 나섰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 대표는 ‘한우물을 깊게 파는’ 투자 스타일로 유명하다. UCK는 기업 실사를 엄격하게 한다. PEF들은 기업 인수 과정에서 글로벌 컨설팅 회사나 투자은행에 실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직접 투자 업체를 발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외부에 실사를 맡기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지만 회사를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할 산업군을 정하면 해당 산업 분야의 전문가 수십명을 만나는 것은 기본이다. 대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는 일도 마다지 않는다. 딜 성사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대신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UCK는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을 이런 방식으로 인수했다. 메디트 인수 당시에도 치과업계의 전문가 수십명을 직접 인터뷰 한 것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최 회장의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도 컸다. 최 회장은 횡령 사건 계기로 세간의 비판이 쏟아지자, 재건 방안에 대해 고심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회사와 자신에 대한 명예회복 의지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와의 '윈윈' 전략
양측간 오랜 기간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매각이다. UCK는 최대주주인 최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0.64% 전체를 인수하기 보다는 최 회장 지분 9.6%를 인수하고, 나머지 지분은 공개 매수 방식을 택했다. 최대주주의 취약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UCK컨소 최 회장 지분 전부를 인수하더라도 추가로 지분을 인수해야만 안정적인 경영권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횡령 사건으로 피해를 봤던 소액 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준다는 명분을 제시해 경영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최 회장은 2대 주주로 남고, UCK는 경영권을 확보하는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북아 최대 PEF MBK파트너스가 UCK의 공동 투자 및 경영 파트너로 참여한 것도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하반기 메디트 매각을 통해 서로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MBK파트너스도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와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로, 오랜간 인연을 이어온 사이기도 하다.

최대 2조원 규모에 이르는 이번 거래에 글로벌 투자은행(IB)가 보이지 않는 점도 이례적이다. 계약 과정에 국내 로펌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IB가 없는데 대해 횡령 사건을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IB의 경우 자문을 맡는 규정이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회사 임직원의 횡령, 배임 등과 연루된 회사에 대해선 ESG 규정 등에 따라 자문 수임을 엄격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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