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의 세단 차종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 1라인의 주말 특근을 취소했다. 수요 위축에 고금리까지 맞물리면서 가격대가 높은 제네시스 세단부터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G80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6%, 전월보다는 16% 급감했다. 현대차는 올해 생산을 최대한 늘려 작년보다 약 10% 많은 432만 대를 팔 계획인데 연초부터 타격을 받게 됐다.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생산 증대가 곧 재고 증가인 상황이며 G80 판매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인상→경기 악화→렌터카·법인차 계약 취소→납기 단축→개인 고객 취소의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 세단 차종은 법인 계약 비중이 높은 편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법인들의 출고 포기가 늘고 있고 개인 고객의 계약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G80의 1월 판매량은 4057대로 전년 동월(5501대)보다 무려 26.2% 감소했다. 전월(4833대)보다는 16.1% 줄었다. 약 4~5개월이던 G80 출고 대기기간은 최근 들어 한 달 이상 짧아졌다. G90는 지난달 944대가 팔리며 작년 완전변경 모델 출시 이후 가장 적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모델은 작년 12월만 해도 2171대 팔렸는데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났다. G70 또한 작년 1월 533대에서 지난달 317대로 40.5% 줄었다.
현대차는 GV70 GV80 등 제네시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 1라인은 이번 주말 특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제네시스 SUV들도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출고 대기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현대차 2월 차종 납기표에 따르면 GV80 납기는 전달 18개월에서 이달 10개월로 줄었다.
다른 차량의 출고 대기 기간도 빠르게 짧아지고 있다. 가솔린 모델 기준 투싼이 9개월에서 5개월로, 그랜저는 10개월에서 8개월로 줄었다. 기아는 최고 인기 모델인 스포티지와 쏘렌토가 각각 8개월에서 7개월, 5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됐다.
지난해 9조8198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고환율 덕을 톡톡히 본 작년과 달리 올해는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보여 환율 효과가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가 올 판매 목표(432만 대)를 전년 대비 9.6%나 높게 정한 이유다. 이 중 내수 판매 목표는 작년(68만8884대)보다 약 10만 대 늘어난 78만1000대다.
판매량을 10%가량 늘리는 목표는 수요와 생산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달성하기 쉽지 않다. 특히 제네시스는 작년 현대차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 기여한 고수익 차종이어서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노리는 현대차는 판매 전략을 놓고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박한신/김일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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