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 테슬라 투자한 男 '대박'…바닥 어떻게 잡았을까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3-02-04 07:00   수정 2023-03-03 00:01



“그냥 무시하기엔 테슬라 주가가 너무 저렴했다. 추가 매수를 위해 집을 팔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경제 [테슬람 X랩]이 보도한 <“집 팔아서 테슬라 16억어치 샀다”…이틀 만에 번 돈이>는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테슬라 백만장자(테슬라네어)’로 유명한 개인투자자 제이슨 드볼트가 올해 초 집을 판 자금으로 테슬라 약 1만주를 매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2013년부터 테슬라에 장기 투자해 큰돈을 벌었고 2년 전 39세 나이에 은퇴해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드볼트는 한 주당 123달러에서 139달러 사이에 매수했다고 밝혔습니다. 1만주를 사는 데 대략 131만달러(약 16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종가 188.27달러 기준 시세차익만 약 7억원입니다. 테슬라 주가 차트를 보면 그가 매수한 가격대는 연초 108달러 저점을 찍고 바닥을 다지던 시기인 듯합니다. 이후 지난달 25일 테슬라가 호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가치와 가격의 차이
혹자는 말합니다. ‘운이 억세게 좋았다’고. 물론 그랬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투자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모은 ‘고수’에게 계속 운만 따랐을까요. 드볼트는 “테슬라 주가가 지난 1년간 고점에서 70% 하락했지만, 회사 매출은 50%, 순이익은 두 배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주목할 만합니다. 월가의 일부 전문가는 테슬라 주가가 100달러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시기였습니다. 그는 어떻게 테슬라가 싸다고 판단한 걸까요. 단순히 고점 대비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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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의 말입니다. 회사의 가격과 가치가 다르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요. 주식은 차트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종이 쪼가리가 아닙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현대 증권투자의 개념을 정립한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은 기업의 일부이자 사업에 대한 소유권이다”고 했습니다. 사업은 고유의 가치를 지닙니다. 그 기업의 고유한 가치를 계산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투자가라면 주가가 기업의 가치보다 오르면 팔고, 떨어지면 사면 됩니다.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


말로는 참 쉽습니다. 문제는 그 가치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입니다. 수많은 투자 대가들이 이 문제를 두고 평생을 고민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의 하나는 그 기업의 이익을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기업의 가장 큰 존재 목적은 ‘이윤 창출’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토대로 보는 지표가 바로 주가수익비율(PER)입니다. PER은 주가를 한 주당 당기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입니다.

◎ PER = 주가 ÷ EPS
◎ 주가 = EPS
× PER

예를 들어 테슬라의 PER은 약 46배입니다. 주가 188.27달러를 작년 EPS 4.07(non-GAPP 기준)로 나눈 수치입니다. 다시 말해 테슬라라는 기업을 사려면 한 해 이익 46배의 값을 쳐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경쟁 완성차기업의 PER은 △도요타 10.5배 △GM 7배입니다. S&P500 기업 평균은 약 22배입니다. 그렇다면 테슬라 주가는 경쟁사는 고사하고 지수 평균으로 보아도 비싼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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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린치
시장은 미래 가치를 어느 정도 반영합니다. 기대 이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올해 기업 이익이 작년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 어떨까요. 내년 이맘때쯤 PER은 반으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 예상 수치를 1년 선행 EPS, 1년 선행 PER이라고 합니다. 미래의 이익을 예상할 수 있다면, 향후 주가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애널리스트들이 추정하는 목표주가입니다.
적정 PER도 계산할 수 있을까
주식 투자 사이트를 보면 어떤 종목의 향후 추정 EPS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야후파이낸스’가 대표적입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테슬라의 2023년 추정 EPS 평균치(컨센서스)는 3.98달러, 2024년은 5.56달러입니다. 이 수치는 계속 바뀝니다. 애널리스트들이 계속 업데이트하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추정 이익을 구했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의 PER을 곱해야 하나요. 현 주가의 PER을 그대로 적용하면 될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피터 린치가 처음 소개한 주가수익증가비율(PEG)입니다. PEG는 PER을 EPS 증가율로 나눈 값입니다. 가령 PER 10배인 기업의 이익 증가율이 10%라면 PEG는 1이 됩니다. 린치는 저서 『월가의 영웅』에서 이 값이 0.5면 유리하고, 2배면 불리하다고 했습니다. 즉 이익성장률이 PER보다 높으면 저평가로 본 것입니다.

◎ PEG = PER ÷ EPS 증가율
◎ PER = PEG
× EPS 증가율


테슬라 목표주가 계산하기
테슬라 장기 투자자이자 『레이어드의 미국 주식투자 원칙』의 저자 레이어드는 PEG를 활용해 성장 기업의 PER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방법이 테슬라와 같은 파괴적 혁신 기업에 잘 들어맞는다고 봤습니다.

우선 PEG 값을 설정해야 합니다. 레이어드는 테슬라가 시장 규모, 재투자 비율, 시장 장악력을 고려할 때 아마존과 유사한 위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비슷한 멀티플을 부여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투자 사이트 구루포커스에 따르면 아마존의 지난 10년 PEG 중간값은 3.46이고 현재 PEG는 2.47입니다. (PEG 값은 투자 사이트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린치의 기준에 따르면 상당히 고평가된 수치입니다. 3.46이 너무 고평가라고 생각하면 보수적으로 2.47을 씁니다.

다음으로 테슬라의 미래 EPS 성장률을 구합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향후 5년간 연평균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잭스닷컴은 24%, 시킹알파는 26%로 전망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를 계산한 것이니 비슷합니다. 테슬라의 과거 고성장세를 감안하면 다소 보수적인 수치이나, 월가에선 올해 테슬라 EPS가 역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수치들로 테슬라의 적정 PER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아마존 현재 PEG 기준 (보수적 관점)
PER = 2.47 × EPS 증가율 25 = 61.8
(2) 아마존 지난 10년 중간 PEG 기준 (강세론)
PER = 3.46 × EPS 증가율 25 = 86.5

이 계산을 토대로 테슬라의 2023년, 2024년 목표주가를 산정해봤습니다.

테슬라 2023년 목표주가
(1) PER 61.8 × EPS 3.98 = 246달러
(2) PER 86.5 × EPS 3.98 = 344달러

테슬라 2024년 목표주가
(1) PER 56.5 × EPS 5.56 = 317달러
(2) PER 86.5 × EPS 5.56 = 481달러


새 차를 고르듯 주식을 산다면
위의 계산법은 한 아마추어 기자의 추정일 뿐입니다. 실제 애널리스트들은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목표주가를 설정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 주식의 가치를 본인이 직접 계산할 수 있느냐입니다. 가치 기준이 있다면 주가가 하락해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장기 투자자에겐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테니까요.

다시 드볼트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그가 어떤 방법으로 테슬라를 밸류에이션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0년간 나름의 ‘가치 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과감하게 베팅했습니다. 일반인이 보기엔 집을 파는 위험한 투기였지만, 그의 눈엔 ‘안전 마진’이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젠 ‘월가의 영웅’ 대신 금융치료사라는 새 별명이 붙은 왕년의 투자 대가는 개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습니다. “사람들은 냉장고나 차를 살 땐 소비자 평가 보고서를 보고 연구한다. 하지만 투자할 때는 잠깐 귀동냥으로 들은 주식에 생애 저축의 절반을 때려 넣는다. 그것이 시장에서 당신이 털리는 이유다. 주식은 복권이 아니다. 모든 주식 뒤엔 기업이 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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