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술의 대결이다.”
가전업계가 올해 AI 기술을 앞세운 에어컨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벌이는 경쟁에 대한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경지에 오른 냉방 성능만으로 차별화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더 똑똑하고 편리한 기능으로 경쟁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2023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은 AI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기준보다 냉방 효율이 10% 높은 ‘에너지 특화 모델’을 도입했다. 여기에 ‘AI절약모드’를 실행하면 에너지 사용을 20% 추가 절감할 수 있다. 냉방 면적 56.1㎡(17평형) 제품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지난해 제품보다 한 달 전기료가 약 7000원 줄어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전자의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에어컨’은 극세 필터의 먼지를 알아서 청소해주는 필터 클린봇을 비롯해 총 7단계 자동 청정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에어컨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이용하도록 AI가 알아서 관리해준다. 캐리어에어컨의 신제품 ‘디 오퍼스’는 환경에 따라 공간 기류를 제어하는 AI 기능을 강조했다.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더 다양한 기능을 AI로 구현했다”며 “이용자 음성을 인식하고 제어하는 등 소극적인 범위에서 AI를 활용하던 것과 구분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난해보다 가격이 비싸졌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것과 AI 기술 연구에 들어간 투자 비용 등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16.2%, LG전자는 27.8%, 캐리어에어컨도 20~28.6% 가격을 올렸다.
최영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지난해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200만~250만 대 수준이었고 올해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시장 환경 자체는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이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더 효율적이면서 편리한 에어컨을 내놓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사고 싶어질 정도로’ 차별화해야 교체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에어컨으로 차별화할 수 있는 영역은 AI밖에 없다”며 “알아서 적정 온도를 맞춰주고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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