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지고, 창의력이 극대화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HD현대 5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GRC(글로벌R&D센터) 입주에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판교GRC는 HD현대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20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이다. 17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과 경영직군에 소속된 5000여 명이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다.
HD현대는 판교GRC 건물의 설계 의도를 ‘최상의 근무환경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최첨단 스마트 오피스란 이름에 걸맞게 건물 내 무선네트워크(와이파이)는 어디에서든 끊기지 않고 쓸 수 있다. 카카오와 함께 구축한 앱을 통해 하루 85회 운행하는 통근버스부터 자율근무석, 개인사물함 예약 등이 가능하다. 총 722개에 달하는 회의실 예약과 사용 현황, 식당·화장실 혼잡도 등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층마다 마련한 평균 450석의 자유석엔 예약한 직원의 소속과 이름이 전자 명패로 걸려 있다. 자리엔 개별 모니터와 함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과 200만원짜리 허먼밀러 의자를 배치했다. 사무실 곳곳엔 현대로보틱스가 만든 50대의 방역로봇이 소독과 공기정화 작업을 하며 돌아다녔다.
복지시설도 대거 확충했다. 자율근무시간 덕에 정원 1000명의 피트니스센터에선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개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2082㎡(약 630평) 규모의 어린이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영어교사가 상주하며 자녀들에게 하루 네 끼를 제공한다. 정원은 202명이다. 구내식당은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 두 곳을 동시에 입점시켜 끼니마다 경쟁을 유도했다. 총 여덟 개 메뉴가 하루 세끼 공짜로 제공된다.
HD현대는 판교GRC를 짓는 데 건축파트·라이프팀·전담 운영팀·IT업무지원팀 등 총 50여 명을 투입했다. 선박 건조가 주업인 HD현대가 이런 투자를 한 데엔 이유가 있다. 장광필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랩부문장(전무)은 “우리는 자동운항기술, 엔진기술 등을 만들어 파는 테크 회사”라며 “통합 R&D 과정과 계열사 간 협력이 꼭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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