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돼야 스마트워크…판교 발칵 뒤집은 '샐러리맨 천국'

입력 2023-02-05 17:57   수정 2023-02-13 16:55


“이곳에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지고, 창의력이 극대화되길 바랍니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권오갑 HD현대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26일 HD현대 5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GRC(글로벌R&D센터) 입주에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판교GRC는 HD현대가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20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이다. 17개 계열사의 연구 인력과 경영직군에 소속된 5000여 명이 이 건물에서 근무하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다.
“현대의 DNA, 효율성 극대화”
지난 3일 찾은 판교GRC의 건물 외관은 정육면체란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17만5000㎡(약 5만3000평) 부지에 지상 20층 높이의 빌딩은 동서남북 어느 쪽에서 봐도 같은 비율의 건물이다. 박수근 한국조선해양 GRC운영팀장은 “레고처럼 가로세로 동일한 간격으로 모듈화해 건물을 설계했다”며 “건물을 모듈화하면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박하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현대의 DNA’가 담긴 설계”라고 말하는 이유다. 정육각형 건물 가운데는 통째로 비워 중정으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태양광이 로비(5층)부터 20층까지 고루 퍼지면서 건물 전체의 공기를 순환시킨다. 기존 건물보다 공조비는 15%, 조명비는 6% 아낄 수 있다. 중정을 통해 사무실 전 층을 서로 볼 수 있도록 하면서 협업과 소통의 공간으로 꾸몄다.


HD현대는 판교GRC 건물의 설계 의도를 ‘최상의 근무환경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최첨단 스마트 오피스란 이름에 걸맞게 건물 내 무선네트워크(와이파이)는 어디에서든 끊기지 않고 쓸 수 있다. 카카오와 함께 구축한 앱을 통해 하루 85회 운행하는 통근버스부터 자율근무석, 개인사물함 예약 등이 가능하다. 총 722개에 달하는 회의실 예약과 사용 현황, 식당·화장실 혼잡도 등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층마다 마련한 평균 450석의 자유석엔 예약한 직원의 소속과 이름이 전자 명패로 걸려 있다. 자리엔 개별 모니터와 함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과 200만원짜리 허먼밀러 의자를 배치했다. 사무실 곳곳엔 현대로보틱스가 만든 50대의 방역로봇이 소독과 공기정화 작업을 하며 돌아다녔다.

복지시설도 대거 확충했다. 자율근무시간 덕에 정원 1000명의 피트니스센터에선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개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다. 2082㎡(약 630평) 규모의 어린이집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영어교사가 상주하며 자녀들에게 하루 네 끼를 제공한다. 정원은 202명이다. 구내식당은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 두 곳을 동시에 입점시켜 끼니마다 경쟁을 유도했다. 총 여덟 개 메뉴가 하루 세끼 공짜로 제공된다.
“조선사가 아니라 테크 회사”
판교GRC 건물 기둥은 외부로 빼내 내부 공간을 극대화했다. 밖의 기둥이 차양 역할을 해 냉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 ‘천장 복사 냉난방’ 방식도 도입했다. 층마다 천장에 온돌을 설치해 냉온수를 돌린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네이버 본사와 HD현대만 이 기술을 도입했다. 전기차, 디지털기기 등 전기 사용량이 많아짐에 따라 한국전력으로부터 일부 전력을 아예 직류(DC)로 공급받는 것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HD현대는 판교GRC를 짓는 데 건축파트·라이프팀·전담 운영팀·IT업무지원팀 등 총 50여 명을 투입했다. 선박 건조가 주업인 HD현대가 이런 투자를 한 데엔 이유가 있다. 장광필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랩부문장(전무)은 “우리는 자동운항기술, 엔진기술 등을 만들어 파는 테크 회사”라며 “통합 R&D 과정과 계열사 간 협력이 꼭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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