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있는 OTT] 격이 다른 추리물…느린데도 빠져드는 매력

입력 2023-02-07 18:34   수정 2023-02-08 00:19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일 블루 아이’는 추리물의 통상적인 작법을 거부했다. 역동적이고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높여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적이고 무겁다. 음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추리물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섬세한 문학적 서사, 놀랍고도 서글픈 반전을 선사하면서다. 지난달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른 배경이다.

영화의 원작은 미국 출신 작가 루이스 베이어드의 동명 소설이다. 1830년대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연출은 영화 ‘몬태나’ ‘블랙 매스’ 등을 만든 스콧 쿠퍼 감독이 맡았다. 크리스찬 베일은 형사 출신의 탐정 랜도르 역할로 출연해 육사 생도인 애드거 앨런 포(해리 멜린)와 사건을 파헤치는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작품 전반에 걸쳐 깊은 어둠이 흐른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초반부터 그렇다. 화면은 어두컴컴한 숲속과 묘지 근처 등을 주로 비춘다. 육사 생도들은 신사적으로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음울하게 그려진다. 두 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그늘을 갖고 있다. 랜도르는 딸을 잃어버린 슬픔에 잠겨 있다. 삶의 이유가 사라진 랜도르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사건과 마주한다.

앨런 포는 그나마 밝고 상당한 추리력을 갖춘 인물로 묘사되지만 육사 내에서 괴짜 취급을 받는다. 앨런 포는 실존 인물 에드거 앨런 포를 모델로 삼았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실제 육사를 다녔다. <도둑맞은 편지> 등을 통해 추리물의 거장이 됐다.

작품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흡인력을 강화한다. 육사 생도들의 잔혹한 범죄로만 보이던 사건이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다. 사이비 종교 집단 이야기 그리고 랜도르가 가진 아픔과 고통이 어우러진다. 영화가 거의 끝났다고 여겨질 때쯤, 마지막 반전이 펼쳐진다.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작품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와 주제 의식을 보여준다.

초반엔 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느리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결말에는 확실히 기존 추리물에서 느껴보지 못한 매력을 전한다.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말까지 봐야 하는 영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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