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스팩 상장 '러쉬', '대세'된 스팩 올해도 이어진다

입력 2023-02-08 16:12  

이 기사는 02월 08일 16: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작년 말 스팩을 향한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올해 주식시장이 반등세를 보이자 다수 증권사가 스팩 상장에 시동을 걸었다.

스팩합병을 통한 신속한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IPO 시장 침체로 스팩상장을 통한 수익을 노리는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공모규모도 100억원 미만의 소형 스팩부터 7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스팩까지 다변화가 이뤄지면서 국내 스팩 시장이 한단계 성장하기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스팩상장 건수 대비 합병건수는 제자리 걸음에 그칠 경우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스팩 시장의 불황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분기 최대 10개 스팩 공모일정 착수 전망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초까지 7개 스팩이 증시 입성을 위한 공모 일정을 앞두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등 스팩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증권사를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스팩 상장에 나섰다.

이들 스팩의 수요예측 및 일반 청약 결과에 따라 추가로 시장의 평가를 받기 위해 등장할 스팩도 다수 대기하고 있다. 키움제8호스팩과 하나27호스팩, IBKS제22호스팩, 하이제9호스팩, 유안타제14호스팩, NH스팩29호 등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후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들이 순차적으로 공모에 나서면 1분기에만 10개가 넘는 스팩 상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스팩 상장이 사상 최대로 이뤄졌던 작년(45건)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다. 작년에는 1분기를 통틀어 총 7개 스팩이 증시에 입성했다.

작년 증시 부진에 따른 IPO 시장 위축으로 인해 스팩합병을 노리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증권사마다 추가 스팩상장에 나서고 있다. 주식 시장 변동성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비교적 주식시장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일반 IPO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최근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작년 하반기에 상장하려 했지만 스팩을 향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올해로 이월된 스팩이 다수 존재하는 점도 연초 스팩 상장 ‘러쉬’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와 미래에셋비전스팩2호, 유안타스팩12호 등은 재도전하는 사례다. 이들 스팩은 작년 11~12월 공모에 나섰다가 시장의 차가운 반응에 철회를 선택했다. 올해 초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자 미뤄뒀던 스팩 상장을 다시 시도하는 모습이다.

작년 말 증시 부진으로 IPO 기업들이 숨고르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IPO 실적을 쌓기 어려워진 증권사들이 스팩을 일종의 새 먹거리로 삼은 영향도 크다.

증권사 입장에선 IPO 기업의 공모금액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스팩 상장을 통한 수익이 쏠쏠하다. 스팩 상장 과정에서 200~300bp(1bp=0.01%포인트) 수준의 인수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후 스팩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 자문 수수료를 추가로 수취한다.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로부터 받는 청약 수수료도 확보할 수 있다. 스팩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참여해 취득하는 주식과 전환사채를 통한 시세차익도 부수적인 수익원이다.
다변화된 스팩 규모, 중형 기업도 관심
예년과 비교해 스팩의 공모규모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특이점으로 꼽힌다. 국내에 스팩 제도가 도입된 초창기인 2010년만 해도 대우증권그린코리아스팩(875억원)과 동양밸류오션스팩(450억원), 우리스팩1호(350억원) 등 대형 스팩이 등장했다. 하지만 모두 합병대상을 찾지 못한 채 청산됐다. 이후 국내 스팩은 점차 소형화돼 75억~120억원 사이의 공모 규모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올해 공모를 앞둔 스팩을 살펴보면 공모규모가 100억원 미만인 소형 스팩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형 스팩까지 공모규모가 다변화됐다.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의 공모규모는 700억원, 삼성스팩8호는 400억원이다. 이 밖에 유안타스팩13호 170억원, 하나스팩26호 110억원, 미래에셋비전스팩2호 93억원, 유안타스팩12호 90억원, NH스팩28호 68억원 등이다.

이전에는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기업들이 주로 스팩합병을 통한 우회 상장을 노렸지만 덩치가 큰 기업들도 스팩합병에 관심을 나타내서다. NH스팩22호와 스팩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검증 전문기업인 슈어소프트테크는 예상 기업가치가 약 3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의 대형 기업이 스팩합병에 나서길 바라는 건 무리수”라며 “오래동안 소규모 합병만 이뤄졌던 만큼 순차적으로 대형화하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스팩을 마련해 스팩합병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까지 대부분 1~2%였던 스팩 예치 이자율도 4% 안팎으로 높아졌다. 금리가 오르면서 예적금 등 다른 안전자산 대비 스팩의 매력이 낮아진 만큼 시장 상황을 반영한 선택이다.
IPO 기업 '따상' 온기 스팩으로 번질까
증권사들은 연초 일반 기업 IPO에서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두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 기록)’이 속출하면서 스팩으로도 온기 확산될지 주목된다. 연초 증시에 입성한 미래반도체와 오브젠, 삼기EV, 스튜디오미르 등이 연이어 따상을 기록했다.

증시 반등에 힘입어 스팩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던 스팩이 20여곳에 달했지만 전일 종가 기준으로 3곳으로 급감했다.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곳은 하나금융25호스팩(공모금액 400억원), NH스팩20호(400억원), NH스팩19호(960억원) 등 대형 스팩이다. 대형 스팩이 당장 합병 대상을 찾기 만만치 않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스팩합병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 역시 합병 발표 이후 우상향하는 흐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스팩 상장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여기는 이유로 꼽힌다. 하나금융19호스팩(팸텍 합병), NH스팩22호(슈어소프트테크) 등 합병 절차 밟고 있는 스팩 주가는 3000원대에 육박하며 스팩 투자자에게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작년 일부 스팩합병 기업이 난항을 겪자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가치로 증시에 입성하기보단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더라도 증시 입성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상대적으로 스팩합병을 둘러싼 잡음이 사라진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작년부터 다수의 스팩 상장이 이뤄진 만큼 스팩합병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그만큼 늘어나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스팩 시장이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결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국내 증시에서 연간 스팩합병 건수는 15건 안팎에 불과하다. 상장 이후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록 중장기적으로 스팩을 향한 투자심리가 꺾일 수 밖에 없다는 게 IB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