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퇴도 마음대로 못하나" 민노총에 염증…MZ 이탈 거세질 듯

입력 2023-02-08 18:36   수정 2023-02-09 02:21

“요즘 20·30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들은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에 대한 반감이 상당합니다. ‘사드 배치 반대’ ‘이석기 석방’ 구호에 내가 낸 조합비가 쓰이는 게 싫다는 겁니다. 전공노 탈퇴 투표를 했을 때도 2030 위주로 찬성표가 쏟아졌습니다.”

문성호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 사무국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주시 공무원노조가 전공노를 탈퇴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원주시청 공무원노조는 2021년 8월 조합원 투표를 통해 전공노 탈퇴를 결정했다. 전공노는 탈퇴를 주도한 조합 임원들을 제명한 데 이어 무효확인·가처분 등 소송을 제기하며 노조를 압박하고 나섰다.
○탈퇴 노조에 민주노총 ‘실력행사’

상급단체 집단탈퇴를 둘러싼 분쟁은 최근 노동 현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탈퇴를 결의한 포스코지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포스코지회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인 포스코노조에 이은 제2 노조다. 2018년 금속노조에 가입해 한때 조합원이 3000명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4년 만인 지난해 “금속노조는 우리를 조합비 내는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취급한다”며 반기를 들었다. 금속노조는 “규약상 하부 조직인 지회 단위의 집단탈퇴는 불가능하다”며 탈퇴를 추진한 조합 임원들을 제명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노조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는 작년 말 한은 노조를 상대로 밀린 조합비 1억8000만원을 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금감원 노조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소송을 걸었다. 한은 노조는 2020년 7월, 금감원 노조는 지난해 4월 민주노총 탈퇴를 결의했다. 경제계에선 “작년 말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가 크게 이슈화되자 위기감을 느끼고 뒤늦게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노조 집단탈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집단탈퇴를 금지하는 상급단체의 규약상 독소조항을 시정명령을 통해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조 부패도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라고 선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로운 가입·탈퇴를 가로막는 노조 관행은 노조 부패와 다름없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집단탈퇴 금지는 위법”
고용노동부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전공노 규약의 집단탈퇴 관련 조항을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규약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 5조는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 역시 노조 집단탈퇴와 같은 조직형태 변경과 관련해 “근로자의 자주적·민주적 의사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반면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은 개별 노조의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를 금지한다. 전공노 또한 선거관리규정에 ‘조합 및 민주노총 탈퇴 공약을 하는 경우’를 노조 위원장 등 입후보 자격이 상실되는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들 규정은 노조법 5조는 물론 헌법 10조에서 도출되는 헌법상 기본권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집단탈퇴 방해 금지를 노조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2일 노조법 개정안(일명 ‘민노총 탈퇴 방해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하급 노조의 탈퇴를 이유로 상급단체가 고소·고발, 제명, 업무방해 등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계에서는 집단탈퇴 금지 조항 철폐가 현실화하면 MZ세대를 중심으로 거대 노조에서 벗어나 독자 활동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일 서울교통공사와 LG전자 등 8개사 MZ노조가 출범을 결의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대표적이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위원장은 “노조들이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정작 탈퇴를 못 하게 막고 협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오형주/곽용희/강경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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