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만의 소프트파워 신세계] 디지털 혁신·협력 촉진하는 '공개 소프트웨어'

입력 2023-02-12 17:32   수정 2023-02-12 23:52

1983년 어느 날 MIT 인공지능(AI) 연구소의 연구원은 연구책임자로부터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을 연구비를 지원한 곳 외에는 활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당시 이익이 중시되는 상업 소프트웨어는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도 산학 연구의 경우 소유권을 연구자(혹은 학교)가 100%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연구원은 이런 독점적 소유는 소프트웨어 발전에 근본적인 저해 요소라고 굳게 믿고, 보다 자유스러운 소프트웨어 공유를 위해 헌신하고자 즉시 사직서를 냈다. 이후 동료들의 도움으로 사무실 한구석에서 숙식하면서 개발에 필요한 도구를 하나씩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1985년 Free Software Foundation(FSF)을 창립한 리처드 스톨먼이다. 스톨먼은 FSF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소유권을 모두가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도 자동적으로 소유권이 공유되는 개념’(카피레프트)을 전파했고 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커뮤니티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창의적이고 질 높은 소프트웨어가 카피레프트를 기반으로 많이 개발됐다. 이런 공개 소프트웨어 개념을 확산하고 대중화한 것은 오늘날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가 모체로 삼은 리눅스 운영체제다.

최근 들어 다양한 기업이 AI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즈니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혁신해 새롭게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공개 소프트웨어를 통한 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장점을 제공한다.

첫째, 공개 소프트웨어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구축하고 배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저비용 기술에 대한 액세스를 제공해 디지털 전환에 힘을 더한다. 대규모 개발자 및 사용자 커뮤니티의 집단 지성과 리소스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둘째, 공개 소프트웨어는 투명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특정 요구 사항에 맞게 코드를 정의하고 확장해 협업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셋째, 공개 소프트웨어는 높은 확장성과 서로 간의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을 갖추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 및 기술과 쉽게 통합될 수 있어 스마트 공장, 스마트 모빌리티 등 대규모의 복잡한 시스템 지원에 용이하다. 넷째,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기업이 갖고 있는 인력보다 많은 전문 인력과 이미 개발되고 검증된 코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인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공개 소프트웨어는 비용을 절감하고, 혁신을 촉진하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신기술을 개발하려는 기업에 중요한 도구이기에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기업의 95%가 공개 소프트웨어를 디지털 전환에 적용하고 있다는 2020년 뉴스택(New Stack)의 발표가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개 소프트웨어를 통해 반도체, 스마트 도시, 스마트 모빌리티 등 우리의 주력 분야에서의 선도적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더 나아가 세계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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