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의 절망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어"

입력 2023-02-13 18:04   수정 2023-02-14 00:21

“무력감이 짓누르고 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대표 소설가 오르한 파묵(사진)은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에 튀르키예 지진 피해를 전하는 기고문 ‘무너진 콘크리트 밑에 깔린 소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남자’를 실었다.

파묵은 “나는 국민이 그렇게 화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정부의 대처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사람들이 공무수행 차량과 경찰, 공무원의 길을 막고 항의하기 시작한다. 지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나서야 구호팀이 도착했는데, 너무 미약하고 늦었다.”

파묵의 글은 재난 이후의 풍경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음식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 맨손으로 붕괴된 건물의 벽돌을 한 장씩 떼어내며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 비극적인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져 독자로 하여금 재난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탤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든다.

글 제목은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목격한 지진 피해 현장의 한 장면을 요약한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속 소녀는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 더미에 깔린 채 “여기 누가 있어요! 가지 마세요!”라고 외친다. 열 살쯤 돼 보이는 소녀는 말한다. “동생도 여기 아래 있어요.”

영상을 찍고 있는 남성은 ‘곧 도와주러 돌아오겠다’고 말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기 힘든 상황이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 내 사망자 수는 12일 오후 기준 2만9000명이 넘는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곳곳의 도로와 다리가 파괴돼 구조대가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파묵은 “소녀가 구조되는 모습을 담은 또 다른 영상을 기다렸지만,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1999년 1만70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마르마라 대지진 이후 재해로 황폐화된 얄로바에 방문했던 파묵은 또 다른 지진 앞에 이렇게 적었다. “그날의 풍경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슬픔, 좌절감과 함께 나를 맴돌았다. 이런 이미지들은 새롭지만 너무나 익숙한 이미지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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