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난제' 유보통합, 출발부터 '진통'

입력 2023-02-13 18:31   수정 2023-02-21 16:44

2025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기관으로 합친다는 정부의 유보통합 방안이 거센 반발 기류에 부닥쳤다. 정부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관리체계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유치원 교사들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더 번지는 모습이다.
유치원 교사 3000명 “전면 철회”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유치원 교육 여건을 개악하거나 유치원 교사의 자격과 처우를 저하시키는 방안이 졸속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며 유보통합안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12일에는 유치원 교사 3000여 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주최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부근에서 집회를 열어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이 엄청난데, 보육교사에게 단기 연수로 (유치원 교사) 자격을 주면 상대적 박탈감이 심할 것”이라며 “유치원 교사와 보육 교사의 교사 자격을 통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보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청원도 나왔다. ‘현실성 없는 유보통합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5일 국민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이튿날 교육위와 보건복지위에 회부됐다.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12일 급히 설명자료를 냈다. 교사와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하고, 현직 교사가 참여하는 유보통합추진위를 중심으로 충실히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20년 걸렸는데 2년 만에 될까
유보통합은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30년 전부터 추진됐지만 ‘교육계 최대 난제’로 불리며 번번이 좌초했다. 1995년 발표한 5·31 교육개혁에 처음 제시된 후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지만 완수하지 못했다. 현 정부는 질 높은 보육·교육 서비스를 위해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2026년까지 유보통합을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문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해관계가 얽혀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교육계에선 정책 입안 때부터 실행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찌감치 나왔다. 가장 큰 쟁점은 교사 자격이다. 현재 유치원 교사가 되려면 전문대 및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거나, 아동복지학 등 관련 분야 전공자가 교직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초·중·고교 교사처럼 높은 경쟁률의 임용고시를 거쳐 7급 국가직 공무원 신분을 갖게 된다. 어린이집 교사는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학점은행제로 교육받으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인 자격 통합 방안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유치원 교사들은 어렵게 딴 자격 요건이 하향되는 역차별을 겪을까 봐, 어린이집 교사들은 개편되는 자격을 따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회계 관리 방식도 다르다. 유치원은 2020년부터 국공립과 사립 모두 ‘K에듀파인 시스템’을 사용해 국가에서 투명성을 관리한다.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가 보급한 시스템조차 쓰지 않는 곳이 많아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

2006년부터 유보통합을 추진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제도 정착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2006년 10월부터 한국의 어린이집 격인 보육소와 유치원을 통합하기 위해 제3의 기관인 ‘인정어린이원’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 10여 년이 지난 뒤에도 세 개 기관이 공존해 일원화가 아닌 ‘삼원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20년이 지난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인정어린이원 제도가 안착됐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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