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동안 정자 '기절'…남성용 먹는 피임약 나오나

입력 2023-02-15 20:34   수정 2023-02-15 20:50


미국에서 정자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멈춰 임신을 예방할 수 있는 피임약 후보물질이 개발됐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은 요헨 벅 약리학 교수와 로니 레빈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가용성 아데닐릴 사이클라제(sAC)를 억제하는 남성 피임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전임상 동물실험을 통해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남성용 경구(먹는) 피임약 개발 시도는 꾸준히 있었지만, 안전성 또는 부작용 문제로 개발이 번번이 중단됐다. 또 현재 개발 중인 남성용 피임약도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피임약 개발을 연구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신호 전달 단백질인 sAC를 분리하는 실험을 하던 도중 sAC가 부족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가 불임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이후 생쥐에게 sAC를 비활성화하는 약물을 투여한 결과 운동성이 없는 정자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sAC를 발현하는 유전자가 부족한 남성이 불임이지만 이 외에는 건강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참고해 해당 기전을 이용하면 안전한 피임법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트리 인스티투션얼 테라퓨틱스 디스커버리 인스티튜트(TDI)라는 약물 후보물질 발굴 기업과 함께 sAC를 억제할 수 있는 'TDI-11861'을 개발했다.

이후 연구팀은 TDI-11861을 생쥐에 1회 투여했다. 확인 결과 생쥐의 정자는 최대 2시간 반 정도 운동성을 잃었다. 암컷 쥐의 생식 기관에서도 효과가 지속됐다.

투여 3시간 정도가 지나자 정자의 운동성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투여 24시간 후 정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TDI-11861 투여 수컷 쥐는 암컷 생쥐와 정상적인 짝짓기 행동을 보였지만 52차례의 짝짓기 시도에도 임신한 암컷은 없었다. 반면, sAC를 억제하지 않은 일반 수컷 쥐 집단에서는 짝짓기한 암컷 쥐 약 3분의 1이 임신했다.

연구팀은 "억제제를 투여한 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약효가 나타났다. 다른 남성용 호르몬제 또는 비 호르몬제는 정자수를 줄이거나 난자와 수정을 막는 효과를 보는 데 몇 주가 걸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남성용 피임약은 약물 투여를 중단하고도 다시 생식능력을 회복하는 데 다시 몇 주가 걸리지만, 이 sAC 억제제는 효과가 몇 시간 만에 사라져 필요할 때만 복용할 수 있다.

라빈 교수는 "sAC 억제제를 사람에게 사용하기에 더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사람에 적용할 임상시험에 앞서 우선은 다른 전임상시험을 반복해 효과를 충분히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신생 바이오기업에 아웃라이선스(기술이전) 할 계획이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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