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새 아파트 장만 기뻐했더니…나 혼자 바보 된 기분"

입력 2023-02-16 09:00   수정 2023-02-16 10:02


경기도 화성시에 입주를 앞둔 아파트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2~3년 전 집값 상승기에는 청약 경쟁률도 높아졌고,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비인기 지역 아파트 분양 수요도 증가했다. 하지만 정작 새 아파트에 입주할 시기가 되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로 돌아섰고 화성시 집값도 급락했다. 매입 당시보다 집값이 더 내려간 비인기 지역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는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컸지만, 지금은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는 모습이다.

2020년 경기도 군포시에 거주하던 박씨는 치솟는 집값을 피해 그해 말 화성시 남양읍 남양뉴타운에서 청약을 받은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지주택) '화성시청역 서희스타힐스 4차 숲속마을'을 분양받았다. 분양가는 전용 84㎡가 3억5202만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과 집값이 두 배로 치솟고 있었다. 청약 가점도 낮은 탓에 수도권 외곽이라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의 기쁨은 짧게 끝났다. 그의 아파트 조합원 입주권 가격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향남읍 인근 개업중개사는 "현재 2억9000만원대에 나온 전용 84㎡ 입주권 무피(프리미엄이 붙지 않은 매물) 매물이 여럿 있다"며 "거래만 이뤄진다면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감수하겠다는 조합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 혼자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경쟁률이 높았던 아파트도 입주를 앞두고는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화성시 반월동 '신동탄 포레자이' 전용 84㎡ 분양권은 지난달 5억4802만원에 매매됐다. 최고 분양가 대비 12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이 단지는 2020년 4월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30.2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유독 화성시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입주권과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다른 지역보다 더 가팔렀던데다 잔금 마련에 시달리는 원분양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주 잔금을 내지 못하면 일반적인 대출 이자보다 더 높은 금리의 연체 이자를 치러야 한다.

고금리 상황이다보니 수분양자들은 분양권 등을 팔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워낙 매물이 많다보니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려면 주변 집값 대비 낮은 가격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화성시 집값은 지난해에만 13.2%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도 5.7% 떨어졌다. 2년 전과 비교해도 4.21% 낮은 수준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상승하던 1~2년 전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였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하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 곳이 많다"며 "연체 이자를 피하려면 분양권을 팔아야 하는데, 주변 시세를 반영하다 보니 분양가 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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