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랍스타라며?"…'소문난 맛집' 의외의 정체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입력 2023-02-17 10:44   수정 2023-02-18 20:47



배꼽시계가 정신없이 울리는 정오가 다가오면 경기 과천시 펄어비스 사옥 구내식당에 임직원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날 점심 메뉴는 돈목살구이 삼겹살정식, 텐동, 가쓰오두부도시락. 양이 적은 사람을 위한 ‘적은 양’ 코너도 준비돼있다. ‘펄식당’이라 불리는 펄어비스 구내식당은 과천시 일대에서 맛집으로 통한다. 삼성웰스토리가 아침, 점심, 저녁식사와 간식코너를 운영하고 식사 비용은 전액 회사가 지원한다.

펄어비스를 비롯한 기업들이 ‘돌아온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 개선에 힘쓰고 있다. 재택근무 비중이 줄고 대면근무가 확산하면서 사옥을 찾는 임직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구내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증가했다.
직원 돌아오니 식수도 부쩍 늘어

17일 급식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오피스 지역 대표 사업장들의 구내식당 평균 이용률은 2021년 대비 2022년에 20~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웰스토리(27%), 아워홈(20%), 현대그린푸드(20%), 풀무원(34%), 신세계푸드(35%) 등 주요 급식업체들 모두 2021년 대비 지난해에 식수가 늘었다. 특히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됐던 작년 하반기부터는 이용고객이 급증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 문화는 구내식당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내식당은 직원 복지의 기초로 인식된다. 게임,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업종은 먹거리 복지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젊은 직원들의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의 취향에 맞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 밥, 반찬 3종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식판 급식이 아닌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테이크아웃 도시락, 대게·랍스타 등 해산물, 채식주의자를 위한 대체육 식단 등 종류가 다양하다. 한 IT회사 관계자는 “개발 직군의 경우 근무 시간이 불규칙해 회사 외부로 나가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만큼 직원들의 식사와 간식은 부족함 없이 챙겨주자는 것이 IT 기업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제조업체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지 오래다. GS그룹의 경우 2020년 허태수 회장이 취임 즉시 “직원들 밥 굶기는 일은 없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인테리어를 바꾸고 메인 메뉴도 2개에서 3개로 늘렸다. 당시 파주 세경고등학교에서 장어덮밥, 수제버거 등의 식단을 내놓으며 스타 영양사가 된 김민지 씨도 이때 GS그룹으로 영입됐다. 위탁급식업체가 있는데도 영양사를 직고용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에서는 신세계푸드가 간편식 코너에 대체육인 ‘베러미트’를 활용한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제공하고 있다.
“맛있는 밥보다는 내가 먹고싶은 밥”
구내식당 메뉴의 종류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등 백반 중심의 식단에서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베트남식, 멕시칸식, 저염식, 디저트 등 세분화되는 추세다. 낮에는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고 저녁에는 조주기능사 자격을 보유한 직원이 칵테일이나 와인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이 단순히 맛있는 밥보다는 ‘개인화’가 잘 이뤄진 서비스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부서나 팀끼리 밥을 먹기보다는 혼자 밥을 먹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샌드위치나 간편식의 인기가 부쩍 높아졌다. 다이어트 특화 식단도 인기다. 삼성 웰스토리가 운영중인 삼성SDS 구내식당에서는 샐러드와 같은 건강식단 섭취량을 기록하는 ‘웰핏 챌린지’가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 업장의 식수는 작년 12월 말 대비 현재 15% 늘었다.

다만 식단을 다양하게 꾸리고자 할 수록 위탁급식업체의 부담은 커진다. 메뉴 종류는 적고 이용객이 많아야 수익을 내기가 용이한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채로운 메뉴를 제공하려면 식자재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 급식업체 관계자는 “충분한 식수가 확보된 대기업 위주로 업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양파, 마늘 등 식자재를 매입한 뒤 한 번에 전처리해서 각 사업장으로 보내는 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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