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지 3년 만에 다시 만났다”에 쓰인 ‘만’도 같은 기간을 나타내긴 하지만, 이는 한자어가 아니라 순우리말이다. 이들 ‘만’은 시기가 꽉 찬 것을 이른다는 게 핵심이다. 가령 어제 주가지수가 폭락했다가 오늘 반등했다면 ‘만 하루’가 된 것이고, ‘하루 만’에 반등한 것이다. 이를 자칫 ‘이틀 만에 반등했다’고 하면 틀린 표현이다.
‘햇수로 5년’이란 말은 ‘5년째’란 뜻이다. ‘햇수’란 말 그대로 ‘해의 수’다. 단순히 해의 바뀜을 따지기 때문에, 가령 2019년 무언가를 시작했다면 2023년 현재 ‘햇수로 5년’이라고 한다. 그것을 ‘5년째’라고도 한다. “결혼한 지 3년 남짓한데, 햇수로는 5년째다”란 말은 만 개념으로는 3년 언저리인데 햇수로 따지면 5년이 됐다는 뜻이다. 그러니 ‘햇수’ ‘-년째’의 용법은 세는나이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입사 5년 차다.” 이런 말도 흔히 쓴다. 우선 간단한 문법사항부터 짚어보자. 이때 쓰는 ‘차(次)’는 의존명사로서, 앞말과 띄어 쓴다는 점을 잊지 말자. 실제 글쓰기에선 이를 무시하고 붙여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주 단위를 따지는 ‘-주 차’부터 살피는 게 좀 쉽다. 임신해서 첫 주를 1주 차라고 한다. 임신 4주 차는 임신 후 4주에 접어들고부터 5주째가 되기 전까지를 가리킨다. 마찬가지로 ‘입사 1년 차’란 입사 1년에 해당하는 시기, 즉 입사한 뒤부터 만 1년이 되기 전까지의 기간을 나타낸다. 입사한 지 만 1년이 되면 이때부터 2년 차이고, 다시 만 2년부터 만 3년이 되기 직전까지를 3년 차라고 한다.
응용해보자. 홍길동 씨가 2021년 4월 15일 입사해 2023년 2월 현재 재직 중이라면, 입사 몇 년 차일까? 그는 입사 이후 1년 동안, 즉 2022년 4월 14일까지 1년 차다. 이어 4월 15일부터 2023년 4월 14일까지가 2년 차, 2023년 4월 15일부터 다시 1년간을 3년 차라고 한다. 정확히는 만 1년10개월 다녔으니 2년 차에 해당한다. 올해 4월 15일이 되면 비로소 만 2년이 되고, 이때부터 ‘입사 3년 차’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햇수로는 2023년 2월 현재 이미 ‘입사 3년째’다. 그럼 ‘결혼 10년 차’는 언제를 가리킬까? 이는 결혼하고 만 9년이 된 뒤부터 만 10년 직전까지의 기간이다. 만 10년이 되고부터, 즉 결혼기념일이 지나서는 결혼 11년 차가 된다. 햇수로 따지면 결혼기념일 이전·이후와 상관없이 그해에 결혼 11년째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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