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수도권 지옥철 이대로 방치할건가

입력 2023-02-19 17:38   수정 2023-02-20 00:14

김포 시민들은 매일 아침 숨 가쁜 전쟁을 치른다. 출근 시간, 경전철 4~5대는 보내야 겨우 올라탈 수 있다. 빽빽이 밀집된 플랫폼에서 서로 밀치는 승객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잦다. 탑승에 성공하더라도 안도의 숨을 쉬기는 이르다. ‘군중 밀집’의 압박이 숨통을 조이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훨씬 많은 승객이 몰려 있는 출입문 쪽에선 노약자의 신음이 터져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아수라장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김포도시철도(골드라인)가 개통된 건 2019년 9월이다. 고작 두 량으로 편성된 차량의 최대 수송 능력은 230명. 러시아워에는 이 비좁은 공간에 줄잡아 400명 이상의 승객이 콩나물시루처럼 들어찬다. ‘김포 지옥철’로 불리는 까닭이다. 이 노선의 명성(?)은 국내 1위 혼잡률(285%)로도 확인된다. 서울 최대 혼잡 구간인 도시철도 9호선 노량진~동작역 구간(185%)과도 격차가 크다.
김포도시철도 혼잡률 '국내 1위'
역대 최악의 교통 행정 사례로 꼽히는 김포 지옥철 실패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변변한 지하철 계획도 없이 덜컥 김포신도시부터 조성한 국토교통부, 까다로운 BC(비용 대비 편익) 잣대를 들이대며 지하철 건설을 가로막은 기획재정부, 엉터리 수요예측을 근거로 졸속으로 경전철 건설을 밀어붙인 김포시 등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골드라인이다. 이제야 서울지하철 5호선을 연장하겠다지만 예비타당성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실제 개통까지 족히 10년 이상은 걸릴 전망이다.

허허벌판에 일단 아파트부터 짓고 교통 인프라는 나중에 까는, 김포 지옥철의 전철을 밟고 있는 지역이 경기 북부의 양주신도시다. 현재 계획된 지하철 7호선 연장선(도봉산~옥정)은 한술 더 떠 복선이 아닌 단선으로 진행 중이다.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탓이다. 외길로 철도가 오가면 배차 간격이 그만큼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개통 이후에 벌어질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여기뿐일까. 진작 개통됐어야 할 월곶~판교선은 수년째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 강남역, 잠실역, 고속터미널역 등은 매일 10만 명 이상의 승객이 몰리며 사고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
수십 년간 교통 행정 제자리
1980~1990년대 서울에 지하철 1~4호선만 있던 시절, 지하철역에는 밀려드는 승객을 차량에 밀어 넣는 ‘푸시맨’이 있었다. 이후 안전사고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이들의 역할은 승객을 제지하는 ‘커트맨’으로 바뀌었다. 김포 지옥철에도 얼마 전부터 커트맨이 등장했다. 20여 년 전으로 퇴보한 듯한 일상의 자괴감에, 과연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시민들은 묻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끔찍한 사고가 터져야만 부랴부랴 수습책을 마련하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길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작년 12월엔 골드라인을 탔던 20대 여성이 김포공항역에서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태원 참사의 비명이 귓가에 가시지도 않은 때다. 골드라인은 경기도에서 운행 중인 5개 경전철 가운데 안전사고가 가장 많은 노선이기도 하다. 지난주엔 차량기지 화재로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시민들이 ‘지옥의 터널’을 빠져나올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더욱 큰 공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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