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천하'든 '카카오 왕국'이든…"독과점 논란 불가피" [연계소문]

입력 2023-02-25 17:48   수정 2023-02-25 17:50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일부를 매입하며 1대 주주로 올라섰고, 카카오와 손잡은 SM은 미래 전략인 'SM 3.0'을 발표하며 새 도약을 예고했다. 하이브는 SM과 카카오의 사업협력계약 내용을 지적하며 양사의 결합에 제동을 걸고 있다.

K팝이 전 세계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현재, 외신에서도 SM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K팝의 성장세에 가속을 붙여줄 K팝 공룡 기업의 탄생에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이브가 글로벌 소니, 유니버설, 워너 뮤직 등 '빅 3' 메이저 음반사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국내 엔터 업계에서는 분쟁의 승자가 어느 쪽이 되든 독과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팝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신생 엔터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낮춘다는 측면에서다.

한 아이돌 기획사 임원급 관계자는 "대형 회사가 아니고서는 K팝 메인스트림(주류)으로의 진입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더 심화했다. 중소 기획사는 연습생들도 선호하지 않고,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나 아티스트들이 느끼는 심리적 격차도 크다. 쏠림 현상이 더 가중될까 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K팝 시장이 대형 기획사 위주로 흘러가면서도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이 서로 다른 음악적 색깔을 내세워 경쟁해왔기 때문이다. 하이브와 SM의 만남은 강 대 강의 결합이라 이 경우 시장 내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갖게 된다.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트먼트를 모두 제친 경쟁 구도의 재편이 창작 활동을 토대로 삼는 K팝 시장에서 순기능을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써클차트(구 가온차트)가 집계한 2022년 연간 앨범 차트에 따르면, 100위권 내에 진입한 하이브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앨범은 30장, SM은 21장으로 두 회사 합산 50%의 점유율을 보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레이블의 앨범은 13장, JYP는 9장, YG는 4장이었다.

이 중 2020~2022년 사이에 데뷔한 신인 그룹은 총 11팀(에스파, 아이브, 엔하이픈, 트레저, 르세라핌, 엔믹스, 뉴진스, 케플러, 스테이씨, 크래비티, 위아이)으로, 위아이 한 팀을 제외하면 모두 대형 기획사 혹은 산하 레이블 소속이다. 특히 하이브(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와 카카오엔터(아이브, 스테이씨, 크래비티)의 비중이 컸다. 아이돌 4세대 경쟁에서 SM은 양사 모두에게 '절대적 1위'에 오를 기회인 셈이다.

아티스트 라인업만 두고 보면 하이브 인수합병(M&A) 이후 독과점 문제가 커보이지만 기획·제작·유통까지 시장 전체 구조를 들여다보면 카카오엔터 역시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음원 플랫폼 멜론, 티켓 예매 사이트 멜론 티켓을 운영하는 등 사업 영역이 훨씬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수만과 하이브의 계약은 SM을 향한 카카오의 야망을 억제하려는 명백한 시도"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주목받는 건 음반·음원 유통 분야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음원 차트 400위권 기준 35.7%의 음원 유통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드림어스컴퍼니(15.5%)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음반 점유율은 드림어스컴퍼니(37.8%), YG PLUS(31.4%)에 이어 카카오엔터(17.4%)가 3위를 차지했는데 SM-카카오의 사업협력계약 내용에 따라 이 판도 역시 달라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M은 카카오엔터와의 유통 협력 이유로 '업계 1위'라는 점을 들었다. 이는 음원에만 해당하는 내용으로, 음반은 3위인 카카오엔터가 SM을 발판 삼아 1위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공개된 양사 간 사업협력계약서에는 SM 아티스트의 국내·외 음반 및 음원 유통, 국내 공연과 팬미팅 티켓 유통 등을 카카오엔터(계열사 포함)를 통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에 따라 SM의 음반 유통은 기존 SK스퀘어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카카오엔터로, 공연 티켓 유통은 YES24에서 멜론 티켓으로 변경될 수 있다.



특히 SM의 자회사인 팬덤 플랫폼 '디어유'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높은 반면 성공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디어유'는 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디어유 버블'을 핵심 사업으로 전개 중이다. 현재 SM은 비핵심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지만 디어유는 제외했다. 팬덤 플랫폼에는 다른 가요 기획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도 하다. JYP 수장 박진영은 '디어유'의 2대 주주로 JYP 소속 아티스트들이 '디어유'에 입점해 있다. 위버스의 2대 주주인 네이버는 YG의 지분을 보유 중으로 YG 아티스트들은 '위버스'에 입점한 상태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SM 인수전은 K팝 산업의 향후 10년을 결정할 만한 중대 사안"이라며 "어느 쪽으로 정리되든 간에 SM은 현재 K팝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표 레이블 중 하나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 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티스트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가수들은 여론전이 계속되는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라면서 "단순히 쩐의 전쟁으로만 흐르지 않고, 엔터 산업의 본질과 발전을 먼저 고려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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