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앞서

입력 2023-02-24 17:37   수정 2023-02-25 00:38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 중 하나다. 2021년 한국의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멕시코 코스타리카 칠레에 이어 4위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나라 중에서는 미국이 1791시간으로 7위였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2.7달러로 OECD 38개국 중 29위에 불과하다. 평균(55.8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미국(시간당 74.1달러)과 비교해선 절반을 조금 웃도는 정도다.

사무실에 나와 있는 시간만 길 뿐 근무 패턴은 비효율적이란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언스트앤드영이 과거 한국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8시간30분 근무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 중 업무와 관련 없이 순전히 개인적인 일에 쓴 시간만 1시간54분(2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 연예인·스포츠 스타 검색, 동료와의 잡담, 페이스북 등 SNS, 메신저 대화 등에 사용한 시간이다.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 한동안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가 화두였다가 요즘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the right to disconnect)’가 대세어가 되고 있다. 회사를 나서는 순간 전화도, 메일도, 문자도, 카톡도 일체 하지 말아 달라는 ‘로그 오프권’이다. 유럽에서 특히 발달한 개념으로 독일 폭스바겐엔 노사 협약을 통해 근로자가 일을 마치면 업무용 메일 기능을 중지하고, 휴가 중 받은 메일은 자동 삭제하며, 발신자에게 연락받은 직원의 부재 사실을 알리는 시스템도 있다고 한다.

우리도 일부 야당 의원이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고,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과 맞물려 연결 차단권의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근무시간 이후에 상습적인 업무 지시는 직장 괴롭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외국과의 업무가 많은 기업,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전문 서비스직 등 업무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종에 획일적으로 법제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도, 과도한 점심시간과 흡연·잡담 없이 충실히 일한 뒤에라야 의미 있는 것 아닐까.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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