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쌀수록 보수에 투표"…통계로 증명됐다 [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3-02-26 09:22   수정 2023-02-26 09:38


"아파트가 보수를 부른다."

정치권의 오래된 속설이다. 노후 아파트 등을 재건축해 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면 보수 계열 정당이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해진 2000년대 초반부터 자리잡기 시작해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압승하며 더욱 굳어졌다. 이같은 속설이 통계로 증명됐다.

김수인씨와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쓴 '자산과 투표선택: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에서다. 이 논문은 석사과정 수료자의 논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봄 한국정치학회보에 게재됐다.

㎡당 아파트 가격이 비싼 지역일수록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성이 강화된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집값에 비례한 보수 득표율
저자들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등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과 투표 결과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후보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작용할 수 있는만큼 비례대표 투표를 중심으로 이같은 관계를 매겼다.

그 결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당 아파트 가격이 높을수록 당시 보수 정당이던 자유한국당의 득표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양의 상관관계는 0.46이었다.

반면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이 득표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져 상관 관계는 -0.45를 나타냈다.


2020년 총선 비례투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된 해당 선거에서 보수당은 미래한국당을,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비례 투표 대상 정당으로 결성했다.

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아파트 ㎡당 가격이 높아질수록 '+'로 표기된 미래한국당 득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더불어시민당의 득표율은 낮아진다.

특히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총 170석 이상을 획득하며 압승한 선거였다. 이같은 선거에서도 보수 계열 정당은 아파트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선전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서울 지역에서 집값과 득표율의 상관 관계는 더 높아져 미래한국당과의 상관 계수는 0.75, 더불어시민당의 상관계수는 -0.77에 이르렀다. 수도권 전체의 상관계수가 각각 0.46, -0.45에 불과했던 것과 대비된다.


국민의힘이 승리했던 선거인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이같은 경향성이 한층 뚜렷해진다. 이 표를 보면 오세훈 시장의 '+'와 박영선 후보의 '-'가 뚜렷한 경향성을 갖고 배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저자들은 ㎡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가 백만원 높아질수록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1.73%포인트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민주당 계열 정당의 득표율은 0.68%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지역보다 더 큰 영향
저자들은 해당 결과가 착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도 철저히 검증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보수 지지가 높다는 통계가 실제로는 은퇴 이후 60대 이상이 과대 평가 되면서 착시를 일으킨 것이 대표적이다.

집값과 득표율의 상관 관계 역시 서울 강남권 등 전통적으로 보수 지지가 강한 지역이 전체 통계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저자들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1500만원 이상의 동은 제외하고 다시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하지만 이 때도 아파트값과 오 시장의 득표율은 0.63의 높은 상관 관계를 나타냈다. 반대로 박 후보의 득표율과는 -0.63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특정 연령대의 정치 경향이 투표에 미쳤을 영향을 제외하기 위해 50대 이상을 제외한 투표 경향성도 조사했다. 수도권 지역의 2020년 총선에서 50대 이상을 제외한 것이다.

여기서도 자산 상위 집단에서 미래한국당에 대한 투표 경향성이 강하게 나타났음이 밝혀졌다. 저자들은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자산이 많을수록 경제적 유인에 따라 투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자산층이 종합부동산세 등을 비롯한 경제 정책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40대 이하에서 출신 지역과 같은 한국 정치의 대표적인 변수보다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영호남 지역갈등을 압도하는 정치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선 어떤 영향
다만 실제 정치권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 평가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말한다.

최근 몇년 사이 활발한 재개발로 지역구에 아파트 비중이 늘어난 서울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다른 지역구 출마를 타진한다는 이야기가 돈다. 아파트가 늘어난만큼 내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역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수도권 남부에서 국민의힘측은 스스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파트가 늘며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3040 세대의 비중이 높아져 선거가 더욱 어렵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두 가지 전망은 모두 타당할 수 있다. 보유세 부담이 적지 않은 고가 아파트 단지가 늘면 국민의힘에 유리, 마흔 안팎이 구매할 수 있는 중저가 아파트 단지가 늘면 민주당에 유리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투표에서 경제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은 정치권 전체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집값하락과 불경기 등 지금의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내년 총선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여야의 고민이 깊어질 것 같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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