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2월에 불거진 '시멘트 대란'…ESG 위한 설비 개조가 공급난 불러

입력 2023-02-26 17:23   수정 2023-02-27 00:53

건설사와 레미콘 업체들이 공사용 시멘트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와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시멘트 공장 개조 작업이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생긴 일이다. 본격적인 성수기인 3월엔 시멘트 공급 부족 사태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내륙에 있는 시멘트 공장 중 상당수가 시멘트 제조 설비(소성로)를 세웠다.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와 제천 아세아시멘트의 일부 공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소성로 개조 공사를 하고 있다. 단양의 성신양회도 친환경 설비 설치 등을 위해 일부 제조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미세먼지 저감,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사용 확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시멘트는 발전과 철강, 석유화학 등과 더불어 ‘탄소 다배출 업종’으로 분류된다.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2018년 대비 2030년 탄소배출량을 12%, 2050년 53%까지 감축해야 한다. 2020년부터 시작된 질소산화물 배출 부과금 제도도 업계의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면제 기준이 축소돼 업체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시멘트업체들은 유연탄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 활용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부 방침에 대응하고 있다. 쌍용C&E는 지난해까지 2200억원을 들여 환경 투자를 마무리했다. 한일시멘트도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2021년 계획을 잡을 때는 27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비용 상승으로 투입 규모가 4700억원 선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 설비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시멘트 수급난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 공장 앞에선 시멘트를 운송하러 수도권에서 온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 10여 대가 물량을 먼저 받기 위해 줄을 서서 대기해야 했다. 비수기인 2월엔 보기 힘든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은 생산량보다 주문량이 많아 ‘제한 출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내륙 시멘트업체의 2월 재고 물량은 예년보다 40%(13만t)가량 감소했다.

통상 시멘트업계는 비수기인 2월에 넉넉히 재고를 쌓는다. 3월부터 시작하는 건설 성수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재고를 쌓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일 생산·당일 출하’가 이뤄지지 않을 만큼 출하량이 부족한 날이 적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했다는 점,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미뤄진 공사가 많다는 점 등도 수급난을 심화시킨 요인”이라며 “시멘트 부족 사태가 5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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