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위가격은 매매된 아파트를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값이다. 모든 매매값을 주택 수로 나누는 평균 가격이 고가 아파트 매매가에 크게 영향받는 데 비해 중위값은 진폭이 적은 편이다. 통계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세를 볼 때 평균값보다 중위값 흐름을 면밀히 살피는 이유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7월 역대 최고가인 10억9291만원을 기록한 뒤 7개월째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7월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리며 금리 인상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을 때다. 작년 하반기에만 네 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떨어진 건 최근 5년간 세 차례에 불과했다.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한 ‘9·13 대책’ 여파로 2018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5개월간 8억4502만원에서 8억2574만원으로 떨어졌다. 2020년 7월부터 3개월간은 종합부동산세율 최고 6% 인상 영향으로 하락했다.
이달 매매 평균가격은 중위값보다 높게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이달 12억2482만원을 기록한 가운데 강북 14개 구는 9억6148만원, 강남 11개 구는 14억6235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로 젊은 층이 대출을 끌어모아 매수한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노원구 중계동 건영3차 전용면적 84㎡는 신고가 13억9800만원(2021년 9월)을 크게 밑도는 9억1000만원에 최근 매매됐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 롯데캐슬’ 전용 84㎡도 작년 4월까지만 해도 11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9억9000만원에 팔렸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역시 전용 68㎡가 한때 11억5000만원(신고가·2021년 7월)에 달했지만 이달 들어 최저 6억9800만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중간값이 평균값보다 크게 낮은 건 중대형·재건축 아파트보다 중소형·신축 아파트가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상승장에서 ‘영끌’을 한 20·30세대가 고금리 시장에서 융단폭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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