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썰렁'…신규 가입액 반토막

입력 2023-02-27 17:50   수정 2023-02-28 00:50


금리 인상기에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은행 정기예금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 최고 연 5%를 웃돌던 정기예금 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0%) 수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식과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 투자된 자금이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옮겨가는 ‘역(逆)머니무브’가 끝나간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만 적극적으로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기예금 가입·해지 ‘뚝’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신규 가입액은 이달 21일 기준 19조864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36조7715억원)에 비해 45.9%(16조9074억원) 줄었다. 정기예금에 자금이 몰린 지난해 10월(71조9067억원)과 비교하면 72.4%(52조426억원)나 감소했다.

4대 은행의 이날 기준 정기예금(1년) 대표 상품 금리는 연 3.60~3.70%로 기준금리보다 0.10~0.20%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쳤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공시 집계 결과 지난해 9월 연 3.53%였던 4대 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예금)금리는 10월 자금시장 경색 후 은행들의 수신 경쟁 속에 11월 연 4.51%까지 치솟았다. 당시 4대 은행의 일부 예금 상품 금리는 연 5%를 웃돌았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은행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는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수신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자 은행들은 발 빠르게 예금금리를 내렸다.

예금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금리 0.1%포인트 차이에도 이리저리 자금을 옮기는 ‘금리 노마드족(유목민)’의 이동도 뜸해지고 있다. 가입한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상품을 찾기 어려워져서다. 4대 은행의 이달 정기예금 중도 해지 건수와 해지 금액은 11만3492건, 3조5703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금리가 정점을 찍은 작년 10월 해지 건수(65만3814건), 해지 금액(28조1441억원)과 비교해 각각 82.6%와 87.3% 감소했다. 금리가 최고점에 근접했다는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는 점도 금리 노마드족이 줄어든 이유로 꼽힌다.
예금금리 하락폭이 대출보다 커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가 연 4%대를 기록할 정도로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어 예금금리 인상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들어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내린 점도 은행 예금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정기예금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은행채(AAA등급) 금리는 지난 24일 연 3.827%로 작년 11월 7일(연 5.107%)보다 1.28%포인트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예금금리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올 들어 회사채시장 등이 안정화되면서 은행들의 신규 자금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대출금리 인하 폭이 예금금리 하락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달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제외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부문 평균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는 1.18%포인트로 작년 12월(0.73%포인트)보다 오히려 0.45%포인트 확대됐다.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 내림폭이 커지면서 예대금리차를 키웠다. 5대 은행의 지난달 평균 수신금리는 연 3.8%로 지난해 12월(연 4.31%)보다 0.5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3%에서 연 4.98%로 0.05%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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