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공개매수 막은 기타법인 '카카오와 밀월관계'

입력 2023-03-02 16:57   수정 2023-03-03 17:15

이 기사는 03월 02일 16: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집한 것으로 알려진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와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이지만 유독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활발하게 거래하며 규모를 키워왔다는 점에서다. 카카오와 교감 아래 SM엔터 지분을 샀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점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SM엔터 주식 산 기타법인, 카카오와 특수관계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IBK투자증권 분당센터를 통해 30억원어치 주식을 매집한 기타법인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인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820억원 규모 주식은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제1호 유한회사가 사들였다. 헬리오스제1호는 작년 9월 설립된 펀드로 원아시아의 투자 비히클로 보인다. 원아시아 소유의 펀드들과 헬리오스제1호 유한회사 모두 서울 강남구 도곡동 G빌딩의 같은 사무실에 입주해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현금입출금기 제조사 청호컴넷을 운영하던 지창배 아크미디어 회장이 2019년 설립한 PEF 운용사다. 지 회장은 2020년 청호컴넷을 매각한 후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투자 사업에 집중해왔다. 원아시아를 통해 인수한 아크미디어 회장을 맡고 있고 한예슬과 조여정 등이 소속된 높은엔터테인먼트도 거느리고 있다.

원아시아와 카카오는 최근 수년간 활발하게 거래해왔다. 거래 내용을 들여다보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게 투자업계 사람들의 얘기다.

대표적인 딜이 상품 큐레이션 플랫폼 그레이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9월 자회사인 그레이고 지분 30%를 원아시아 펀드인 가젤제1호유한회사에 500억원을 받고 넘겼다. 원아시아는 그레이고가 발행하는 500억원 규모 신주도 함께 인수했다. 카카오엔터의 지분율은 71.73%에서 30%대까지 줄고, 원아시아가 40%대 지분율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레이고는 배재현 투자총괄책임자(CIO·부사장)가 이끄는 카카오 투자팀의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배우나 가수가 의류나 화장품 브랜드와 제휴해 직접 상품 큐레이션을 하는 플랫폼으로 2017년 출범했다. 2020년엔 스타일리스트로 유명세를 탄 한혜연씨의 개인 회사인 메종드바하를 약 70억원에 인수해 사세를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창사 이후 매 년 적자를 기록하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 2021년 매출은 51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131억원에 달했다. 당시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이 정치권의 질타를 받으며 계열사 수를 줄여야했던 시기였지만, 대부분의 인수 후보들이 거절 의사를 밝혔던 매물이었다. 결국 원아시아가 앓던 이를 빼준 셈이다.

비슷한 시기 카카오엔터는 원아시아가 인수한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던 시기에도 카카오엔터는 아크미디어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아크미디어는 카카오엔터 투자 유치를 올해 1월 발표했는데 실제 딜은 그레이고 거래가 있었던 작년 9월께 이뤄졌다. 아크미디어는 ‘연모’ 등의 히트작을 냈던 2021년 사업연도(2021년 4~2022년 3월)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을 냈지만 순손실이 90억원에 달했던 터라 '1조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에서 말이 많았다.
밀월관계 연결고리는 카카오의 배재현 CIO
아크미디어는 지창배 회장이 직접 회장직을 맡고 있는 원아시아의 포트폴리오다. 해당 펀드 지분 94%를 고려아연이 들고 있다. 운용은 원아시아가 하지만 사실상 고려아연 돈으로 인수했다.

원아시아와 카카오 간 밀월 관계의 핵심 연결고리는 카카오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부사장과 원아시아 사장을 맡고 있는 김태영 사장이다. 두 사람은 배 부사장이 CJ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고객과 뱅커의 관계로 만나 친분을 쌓아왔다.

김 사장은 SC증권과 모건스탠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거쳐 페레그린인베스트먼트에서 경력을 쌓은 투자전문가다. 2019년 원아시아로 이직했다. 지 회장에 김 사장을 소개한 것은 지 회장과 친밀했던 페레그린 최성민 대표로 알려졌다.

이후 페레그린은 '버닝썬' 사태를 일으킨 빅뱅 출신 아이돌 승리(이승현)와 배우 박한별의 남편인 유인석 씨가 공동설립한 BC홀딩스(BCH)와 엮이면서 풍파를 겪였다. 한 때 페레그린이 BCH와 합작회사(JV)인 BCH페레그린 설립을 논의한 점이 드러나면서다. 다만 승리와 유 씨가 동남아에서 약속한 출자금을 모아오지 못하면서 합작 논의는 백지화했다.

김 사장은 페레그린 재직 시절 최 대표를 통해 알게된 고려아연 등 재계 3세들과의 인맥을 활용해 원아시아의 주요 출자자(LP)로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은 원아시아에 합류한 후 배 부사장과의 두터운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다수의 카카오 거래에 참여했다. 쟁쟁한 PEF들과 경쟁을 이겨내고 2021년 벨벳제1호 PEF를 통해 카카오의 골프 자회사 카카오VX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데 성공했다. 이 거래로 약 20%의 지분을 확보했다. 카카오 측 투자 책임자는 배 부사장이었다. 당시 트렉 레코드가 없는 신생 PEF 운용사가 1000억원 규모로 프로젝트 펀드를 결성해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1980년생인 배 부사장은 2015년 7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2016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성사시키면서 입지를 다졌다. 2017년 카카오 빅딜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의 자금유치를 이끌었다. 2020년 CIO로 선임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국부펀드(GIC)로부터 1조1600억원을 조달하는 거래도 총괄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선 기존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대신해 카카오의 사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 처벌될까
원아시아의 SM엔터 투자에 양 측의 직접적 교감이 있었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추후 카카오가 현재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돌입하면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거두거나 카카오 측에 우호세력으로 합류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마켓인사이트는 SM엔터 투자 경위를 묻기 위해 김태영 원아시아 사장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카카오측은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하이브는 “의문의 기타법인의 거래행위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들은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며 지난달말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고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2일 “엄정하게 들여다보겠다”며 “불공정거래가 있다면 무관용 원칙을 들이대겠다”고 강조했다.

하지은/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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