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어낸 생명의 물, 위스키 마니아들의 천국…'술'코틀랜드

입력 2023-03-02 17:18   수정 2023-03-03 02:37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속담이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얼마나 위스키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말이다. 내가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음식과 술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비로소 문화, 예술에 관심이 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 예술의 정점에 있는 게 식음료 문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음식 맛없는 나라 영국의 이야기다. 영국은 4개의 왕국이 연합한 나라다. 그래서 나라 이름도 ‘United Kingdom’이다. 4개의 왕국 중 가장 독립적이고 그들만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스코틀랜드인데, 스코틀랜드인들은 위스키를 ‘생명의 물’이라 부른다.
180개 증류소가 빚어내는 ‘위스키 왕국’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표기법이 있다 하나는 ‘Whisky’이고 다른 하나는 ‘Whiskey’이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는 Whisky, 미국과 아일랜드에서는 Whiskey라고 주로 쓴다(물론 예외도 있다). 모든 음식과 술이 그렇겠지만 그 지역의 환경이 바로 식음료 문화를 만들어낸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최고의 자연조건은 풍부한 물과 양질의 보리, 그리고 연평균 온도가 18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바로 이 조건을 가장 충실히 충족해주는 곳이 바로 스코틀랜드다.

스코틀랜드에는 180여 개의 도가가 지금도 존재하고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이 위스키 도가들은 각자 자기가 위치한 지역의 보리, 환경, 물,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위스키를 제조한다.

스카치위스키는 크게 6개 지역에서 생산된다. 스페이사이드, 하일랜드, 로랜드, 아일러, 아일랜드, 캠블타운으로 나눌 수 있다. 스코틀랜드는 이 6개 지역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위스키 도가가 있는 행선지를 골라 여행하는 것도 큰 매력이다.
에든버러 중앙역은 왜 소설 제목을 땄을까

술은 그 술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지역의 자연과 즐기는 게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그렇다면 위스키와 가장 좋은 파트너는 누구일까. 바로 스코틀랜드인의 정체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1759~1796)다. 에든버러의 관문인 에든버러 중앙역 이름에서 잘 알 수 있다. 바로 웨이블리역이다. 이 웨이블리(Waverley Books)가 번스의 소설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차역 이름을 작가의 책 제목을 가져와 사용한 역일 것이다.


번스는 평생 위스키를 사랑한 시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시를 대부분 영어가 아닌 스코틀랜드 언어인 게일어로 썼다. 번스 시의 중요 주제는 조국 스코틀랜드, 서민들의 삶과 우정, 그리고 위스키였다. 그의 대표작으론 둔 강둑, 빨갛고 빨간 장미, 샌터의 탬, 올드 랭 사인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가 바로 올드 랭 사인이다. 우리에게는 졸업식에서 불렸던 ‘석별의 정’이라고 소개된 시이자 노래다.

그의 생일인 1월 25일은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민속 명절이 됐다. 이날을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번스 나이트’라고 한다. 번스 나이트 저녁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같이 모여 저녁을 먹는다. 이날 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위스키를 마시기 전에 번스의 시를 암송하고 건배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전통인가. 이 얼마나 위스키를 멋지게 마시는 방법인가!

번스는 “자유와 위스키는 함께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의 험난한 역사 곁에 늘 위스키가 함께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번스와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위스키가 영혼의 술이자 동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번스를 기리는 이날은 이름을 너무 잘 지었다. 번스(Burns) 나이트라니. 말 그대로 불타는 밤이다. 위스키를 마시기 이보다 더 좋은 밤과 이보다 더 훌륭한 변명이 또 어디 있을까.

O thou, my muse! guid auld Scotch drink! (오 당신, 나의 여신이여! 오랜 좋은 친구인 스코틀랜드의 친구여.) 윤상인 칼럼니스트
스코틀랜드의 가볼 만한 증류소 2
맥캘란 증류소(The Macallan Estate and Distillery)

‘007 제임스 본드 위스키’로 유명한 맥캘란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유명한 위스키 중 하나다. 오랜 역사를 지닌 위스키답게 전통적인 증류 방식으로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맥캘란의 풍미는 매우 중후하다. 스페이사이드에 있는 맥캘란 증류소는 1824년 스코틀랜드에서 합법적으로 허가받은 최초의 증류소 중 하나다.

2017년에는 3년 동안 공들여 지은 새로운 증류소와 체험센터 ‘맥캘란 이스테이트(Macallan Estate)’가 완공돼 가장 현대적인 증류소를 볼 수 있다. 새로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의 구릉을 닮아 주변 자연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내부에는 엘치스 브라세리, 더 맥캘란 바 등이 있어 식사도 함께할 수 있다. 증류소 투어와 브라세리 이용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맥캘란 증류소는 자동차 회사 벤틀리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라는 목표로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다. 기사가 운전하는 벤틀리 차를 타고 스페이사이드 역사와 설명을 들으며 여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소믈리에가 엄선한 와인과 위스키를 나만을 위한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라프로익 증류소(Laphroig Distillery)

아일라 지역 위스키는 피트향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다. 크지 않은 지역으로 증류소 개수는 10개 이하. 스코틀랜드 서쪽 끝에 있는 섬인 아일라는 다른 지역보다 질 좋은 피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 지역 증류소의 90%는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를 생산한다. 아일랜드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법이 스코틀랜드에 전파될 때 처음 아일라를 통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피트향은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어떤 이들은 소독약 냄새가 난다고 고개를 젓지만 한 번 마시면 자꾸 생각나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이 매력에 빠졌던 이는 영국 왕 찰스 3세다. 라프로익은 찰스로부터 영국 왕실 인증서인 ‘로열 워런트’도 받았다. 이 지역은 사람이 많이 살지 않고, 지금도 방문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로 인해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이 잘 보전돼 있으며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증류소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증류소 밖으로 나가 트레킹하며 바람과 흙냄새도 맡아보시길. 증류소에선 원하는 라프로익 위스키를 병에 담아 갈 수 있게 한다. 이 투어(Uisge)는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하며 운동화와 편안한 옷차림이 필수다.

■ 윤상인 가이드

윤상인 가이드는 런던대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고, 20여 년간 영국에 거주하며 유럽의 미술관, 박물관을 해설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의 무대에서 ‘아르츠콘서트’ 해설 및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며 미술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을 해설하는 것만큼이나 좋아하는 주제가 와인, 위스키, 음식이다. 여행 가이드 플랫폼 ‘가이드라이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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