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 목소리에 빠지고 향에 취하네…솔로콘도 '명불허전' [종합]

입력 2023-03-05 18:22   수정 2023-03-05 18:23


그룹 샤이니 온유가 목소리로 꽉 채운 150분의 공연으로 팬들과 만났다. 무대에 어울리는 향까지 준비해 더 오래, 깊이 기억에 남을 콘서트를 완성했다.

온유는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번째 콘서트 '오-뉴-노트(O-NEW-NOTE)'를 개최했다. 지난 3, 4일에 이은 3회차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은 온유가 2018년 솔로 데뷔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여는 단독 콘서트다. 감미롭고 부드러운 보컬로 큰 사랑을 받아온 온유는 콘서트의 콘셉트를 '향수'로 설정했다. 공연을 크게 '플로럴(FLORAL)', '우디(WOODY)', '아쿠아(AQUA)', '온유 노트(ONEW NOTE)' 4개의 섹션으로 나눠 보컬적 매력을 다양한 향과 함께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콘서트의 시작과 함께 싱그러운 플로럴 향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코를 파고든 향긋한 내음은 팬들의 설렘을 배가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온유는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탄탄한 목소리로 '선샤인(Sunshine)'을 불러 힘찬 박수를 받았다. 이어 '어떤 사이', '온 더 웨이(On the way)', '다이스(DICE)'까지 목소리로 꽉 채운 오프닝이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이번 공연은 6일 정규 1집 발매를 직전에 앞두고 개최된 만큼, 온유는 신곡을 대거 공개했다. 첫 번째 플로럴 섹션에서는 산뜻한 가성과 시원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애니웨어(Anywhere)'와 로맨틱한 메시지에 경쾌한 기타 리프·청량한 신스 사운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파라다이스(Paradise)'가 베일을 벗었다.

두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자 순식간에 진한 우디향이 코를 찔렀다. 온유는 차분한 무드로 '여우비', '러브 포비아(Love Phobia)' 그리고 정규 1집에 수록되는 '환절기', '보통의 밤'을 불렀다. '환절기'는 쓸쓸한 이별 감성을 담은 곡이고, '보통의 밤'은 듣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감성적인 발라드다.

온유는 노래하는 중간 먹먹한 감정에 사로잡힌 듯 잠시 목이 메기도 했다. 그는 "울먹이느라 가사를 잘 못 뱉어서 죄송하다"면서 "섹션마다 다른 향을 내고 있는데 지금은 나무 향이 난다. 여러분과 함께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잔잔한 노래를 불러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동네', '또각또각', '마음주의보', '사랑이었을까'까지 진한 감성의 곡을 힘 있고 묵직하게 소화해냈다.


세 번째 섹션이 되자 저절로 코를 킁킁거리게 됐다. 시원하고 청량한 아쿠아 향이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상쾌한 향과 분위기에 맞춰 '인 더 웨일(In the whale)'로 포문을 연 온유는 이어 정규 1집 수록곡 '익스펙테이션스(Expectations)'를 공개했다. 일렉 기타·플럭 신스가 인상적인 미디엄 템포 팝 곡이 아쿠아 향과 딱 맞아떨어져 강한 쾌감을 안겼다. 무대 중간 곁들여진 댄스에 팬들은 연신 함성을 쏟아냈다.

마지막 섹션은 온유가 직접 조향한 '온유 노트'를 타이틀로 내세웠다. 묵직하고 진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향이 객석에 퍼졌다. 온유는 인터뷰 영상을 통해 "은은하고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기분 좋은 향"이라면서 "여러분들이 끝까지 오늘의 향을 가져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베이스 노트는 '팬'이라고 했다. 온유는 "베이스 노트가 제일 오래 남는, 잔향이 긴 향이지 않으냐"면서 "내가 어떤 상황이든, 어떤 노래를 하든, 지지해 주는 여러분이 있어서 난 그게 온유라는 아티스트의 베이스 노트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어디 향에든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온유 노트'의 시작은 정규 1집 타이틀곡 'O(Circle)'가 끊었다. 'O'에 대해 온유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다르지만 결국 사계절이 오듯 나의 고난도 결국 멀쩡해지고 순환돼 행복해질 거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내일 오후 6시에 음원이 발매된다"고 덧붙였다. 향에 대해서는 "베이스, 미들, 탑 노트까지 다 정했고 방울수까지 맞췄다. 여러분의 기억에 조금이라도 더 묻어있고 싶어서 이런 콘서트를 기획해 봤다"고 밝히며 웃었다.


이날 공연에서 유독 인상적이었던 건 처음부터 끝까지 기립한 채로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샤이니부터 솔로까지 온유라는 이름 하나로 뭉쳐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공연 중간 온유가 연주자들을 소개하던 중 피아노 반주에 맞춰 샤이니의 곡 '재연'을 부르자 팬들은 떼창으로 함께 했다. 기타 연주에 '누난 너무 예뻐'를 부르기도 했다. 이에 온유는 "내 공연 아니고 샤이니 공연을 하는 기분"이라면서 "역시 난 샤이니였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공연 말미 온유는 입짧은 햇님을 비롯해 뮤지컬을 함께 한 이찬렬, 에이핑크 남주, 그리고 부모님 등을 소개했다. 샤이니 멤버들을 소개할 때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현장 중계 화면에는 키와 민호의 모습이 잡혔다. 이에 키는 "태민이 갔다"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공연은 '온유하게 해요', '밤과 별의 노래', '거리마다' 무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푸른 응원봉이 반짝이는 객석을 바라본 온유는 말했다. "밤바다 같아요. 윤슬이라는 단어를 어제 처음 알았는데요. 바다에 일렁이는 빛의 느낌이네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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