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삼성이 뭘 원하는지 알아"…자신감 넘치는 이유 [강경주의 IT카페]

입력 2023-03-09 07:29   수정 2023-03-09 16:05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는 고객사와의 빠른 소통이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삼성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Design Solution Partner)인 코스닥시장 상장사 가온칩스는 삼성과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과 수행한 프로젝트 200건 넘어"
8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정규동 가온칩스 대표는 "우리는 삼성이 DSP 생태계를 만든 2019년 이전부터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의 설계를 용역하는 가상설계파트너(VDP)였다"며 "눈빛만 봐도 삼성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입을 열었다.

정 대표는 부산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 삼성에 입사했다. 4년간의 근무 후 1세대 디자인하우스인 알파칩스에서 영업부서를 거쳤고 반도체 비즈니스를 체득했다. 이 같은 전문성과 영업력을 앞세워 2012년 8월 가온칩스를 설립했다. 현재 차량, 인공지능(AI), 보안, 디스플레이, 사물인터넷(IoT)용 반도체를 개발·양산 중이다.

가온칩스의 강점은 삼성과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개발 경험을 공유하며 폭넓은 솔루션 범위를 갖췄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우리가 수행한 삼성의 28~5나노미터(㎚·1㎚=10억분의 1m) 프로젝트는 200건이 넘는다"며 "초기 설계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과 설계자산(IP) 최적화·무결성 평가 등 다양한 범위의 솔루션을 턴키(Turn-key)로 제공할 수 있어 고객사들로부터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운드리는 업체별로 공정 문법이 다르기 때문에 DSP 소속은 삼성의 반도체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그는 "가온칩스는 삼성 파운드리가 28나노가 주력일 때부터 최근 4나노의 용역까지 진화하는 과정을 우리가 모두 경험했기 때문에 삼성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다"며 "창업 멤버 6인부터 현재 임원까지 모두 삼성 파운드리 출신이라는 점도 삼성과 디자인 철학을 공유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 결과 10년 전 6명으로 창업한 회사는 현재 인력 200여명의 디자인하우스로 성장했다. 인수합병(M&A)이 잦은 반도체 업계의 흐름 속에서도 가온칩스는 단 한 번의 M&A 없이 독립적으로 성장했다는 이력도 가졌다.
자본 시장 불황 뚫고 IPO 흥행 대박
가온칩스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어(大魚)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1000원~1만3000원) 상단을 초과한 1만4000원에 확정했다. 일반청약에서도 2183.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 증거금 약 7조6415억원을 끌어모았다.

자본 시장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상장한 이유를 묻자 해외 진출 준비를 위한 포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 대표는 "회사가 퀀텀점프를 하기 위해선 해외 진출이 필수인데, 비상장 회사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더 많은 투자금과 공모 자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빠른 해외 진출을 위해 상장을 서둘렀다"고 말했다. 가온칩스는 지난해 일본에 지사를 설립했고 올해 미국 지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미래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자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과거 180나노 공정이 주류일 땐 칩 하나 만드는데 2~3명이 2개월이면 끝낼 수 있었지만 5나노에서는 최소 40명 이상이 투입돼야 1년 안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졌다"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경쟁력은 인력 양성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가온칩스는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올해에만 5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200명 수준까지 늘어난 규모에 맞게 올 초 판교2테크노밸리로 신사옥으로 본사도 이전했다. 반도체설계지원센터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신입 엔지니어를 적극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예전에는 고졸 사원들이 와서 디자인하우스 업무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며 "지금은 전자공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되는 수준으로 서비스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인력 양성을 위해 1년 정도는 사내 교육을 따로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성장에도 자신감…"한 번도 적자 기록한 적 없는 회사"
매출에 대한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정 대표는 "지금 추세라면 2025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온칩스는 창업 후 단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회사이고, 앞으로도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온칩스의 매출은 2018년 289억원, 2019년 278억원, 2020년 171억원, 2021년 322억원, 지난해 433억원으로 우상향 추세를 그리고 있다. 주가는 디자인하우스 가치 상승과 시스템반도체 중요성 부각 덕에 올해 들어 127% 가량 올랐다.

가장 오랜 고객사인 삼성 파운드리의 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과거 삼성은 IDM(종합반도체기업)을 표방하면서 자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파운드리를 가동했고, 여력이 있을 경우 타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했다"며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파운드리 포럼을 많이 열고 글로벌 고객사들한테 삼성이 파운드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데다 공격적인 투자까지 단행하고 있어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제언도 잊지 않았다. 정 대표는 "국가 간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는데 한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의 경쟁국에 비해 박한 것이 사실"이라며 "시스템반도체는 1~2년 지원한다고 자리를 잡는 산업이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전 산업을 아우르는 디자인하우스 업계가 많아져야 한국 반도체 기초 체력이 강해진다"며 "정부 지원이 파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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