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맞닥뜨린 한은…Fed만 바라봐선 곤란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3-03-12 17:43   수정 2023-03-26 04:57

실물경제의 동맥인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맥상에 빠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주 열린 의회 증언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강한 매파 발언을 한 이후 2년 만기 금리와 10년 만기 금리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전에 사상 최대 폭인 1.06%포인트까지 역전된 현상이다.

수익률 곡선이 음(-)의 기울기(단고장저)를 나타내면 차입비용 증가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확률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단저장고)를 보이면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지속해 경기가 회복될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두 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하지만 ‘선제성(preemptive)’을 중시하는 Fed는 지나간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Fed가 경기를 판단·예측하는 기법으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60년 이후 15차례 장단기 금리 역전, 즉 단고장저 현상이 발생했고 대부분 경기 침체가 수반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워런 버핏 등 투자 구루들은 뉴욕연방은행이 매월 확률 모델을 이용해 발표하는 장단기 금리 차의 경기 예측력을 가장 많이 활용해왔다.

장단기 금리 차의 누적 확률 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확률 모델로 추정한 결과 마이너스 장단기 금리 차가 경기 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지금과 상황이 비슷한 1981~1982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98%까지 치솟았다.

수익률 곡선 이론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그레이트리세션, 즉 대침체에 빠졌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종전의 경기 순환이 무너졌다는 ‘노 랜딩’에 이어 기다리는 경기 침체는 언제 오는 것이냐는 ‘고도 침체(Godot recession)’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견실하다.

실물과 금융이 따로 노는 이분법 현상을 그대로 둬서는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시장에서도 혼선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20년 전 Fed는 1990년대 후반 신경제 신화로 발생한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으나 중국의 국채 매입으로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잘못 파악해 금융위기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Fed가 왜곡된 수익률 곡선을 정상화하기 위해 가장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수단은 단기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SVB 사태로 불거진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 즉 거시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미시적으로 발생하는 파산 등을 막기 위해서도 금리를 내리거나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처럼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여건에서는 ‘볼커의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 쉽지 않다. 볼커의 실수란 1980년대 초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아 당시 폴 볼커 Fed 의장이 금리를 올려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으나 이후 성급하게 금리를 내려 인플레이션이 재발한 사건을 말한다.

오히려 만기가 10년 이상인 장기채를 대상으로 양적긴축(QT) 규모를 늘려 장기금리를 높여주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최근 Fed가 수익률 곡선 통제(YCC)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의 반대로 조 바이든 정부가 디폴트 위험에 몰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추진할 때는 상당한 난항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보다 심하지 않지만 한국의 수익률 곡선도 평준화되거나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과 다른 것은 수익률 곡선 이론대로 경기 침체로 보고 있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춰 수익률 곡선을 정상화하는 방안이다. SVB 사태의 파장을 완충시키기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미국과의 금리 차 축소와 인플레이션만을 안정시키기 위한 Fed 따라가기식 통화정책은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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