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부동산과 주식

입력 2023-03-15 18:42   수정 2023-03-16 00:25

‘어디서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이 고민의 방향이 ‘어떤 부동산에 투자해야 할 것인가’로 치우쳐 있다. 청년들은 본인 소득보다 10배, 20배씩 높은 집을 사기 위해 ‘영끌’을 하고, 5060세대는 부동산에 대부분 자산이 묶여있다 보니 은퇴 후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주거 방식’과 ‘돈을 버는 투자 방식’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두 가지 삶의 목표를 모두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투자자들은 대부분 자산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2021년 말 기준 부동산이 포함된 비금융자산 비중이 64.4%다. 반면 금융자산은 35.6%다. 영국(53.8%), 미국(71.5%)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많은 비중으로 부동산에 투자해 높은 성과가 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식에 ‘장기, 분산투자’한 것보다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 글로벌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대표 지수(MSCI ACWI)에 지난 30여 년간 장기투자했다고 가정해보면 1990년 1월 대비 현재 약 9.6배의 성과를 기록했다. 미국 S&P500지수에 동일 조건으로 투자했을 때 더 높은 수준인 11.2배 올랐다.

부동산은 얼마나 올랐을까. KB부동산 서울 주택가격지수 기준으로 산출해보면 1990년 1월 대비 현재 3.3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으로 줄여 계산해봐도 2013년 1월 대비 MSCI ACWI는 2.4배, S&P500지수는 2.9배 상승했다. 반면 부동산은 강남구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해도 1.7배 수준에 그쳤다.

부동산 집중 투자로 청년들의 부채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19~39세 청년 가구주 중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0% 이상인 위험 수준에 해당하는 경우가 2021년 21.7%로 2012년 8.37% 대비 2.6배나 높아졌다.

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후생활 자금 확보를 위한 원활한 현금 흐름이 필수적인데, 부동산이 이를 방해한다. 2022년 기준 한국 가계 평균 자산은 5억5000만원인데 이 중 77%가 실물자산, 22%가 금융자산이다. 원활한 현금 흐름으로 은퇴 후 노후생활을 편안하게 보내기엔 금융자산이 충분하지 않다. 살고 있는 집을 팔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 수익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매매 스타일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부동산은 장기간 보유하며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는 반면 주식 투자는 단기간 내 지속적인 매매로 인해 장기 우상향하는 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누리기 힘들다. 잘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장기간 보유하면 결과는 다를 것이다. 부동산에 올인하는 집중 투자 방식보다 장기적인 분산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자산 배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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