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스타코비치를 좋아하세요? 격동의 소련을 버틴 천재 작곡가 [책마을]

입력 2023-03-15 09:27   수정 2023-03-15 13:56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스탈린 치하 옛 소련의 격동기를 힘겹게 버텨 낸 음악가. 아홉번째 교향곡을 작곡하면 죽는다는 '9번 교향곡의 저주'를 깬 작곡가. 교향곡의 대가로 꼽히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일생을 다룬 전기가 출간됐다. 800쪽이 넘는 분량으로 그의 인생을 촘촘하게 다룬다.

<쇼스타코비치: 시대와 음악 사이에서>(돌베개, 엘리자베스 윌슨 지음, 장호연 옮김)는 2006년 쇼스타코비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개정판의 번역본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윌슨은 첼리스트이기도 한데, 어릴 때부터 쇼스타코비치의 연주회를 직접 찾았을 정도로 팬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절친한 친구 중 하나인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가 스승이기도 하다. 윌슨은 쇼스타코비치와 관련된 수많은 문헌과 자료, 주변인의 인터뷰를 토대로 그의 삶을 재구성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폴란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쇼스타코비치는 열아홉에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한 천재였다. 20대 초중반에 니콜라이 고골의 풍자 소설을 각색한 오페라 '코'를 작곡한 데 이어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등으로 젊은 나이에 이름을 날렸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정권에서 핍박을 받았다. 정권에 밉보인 그의 음악에 형식주의란 딱지를 붙여 비판이 쏟아졌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복무하지 않은 죄를 물은 것이다. 결국 2차 대전 시기 선전 도구로 활용돼 본인과 가족의 안정을 보장받기도 하고, 정권의 강압에 못이겨 공산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당의 지침에 의해 강압적으로 쓴 자신의 음악마저 사랑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지인과의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의 지침'이 없었다면 내가 달라졌을까 물었소? 당연히 달라졌을 거요. … 내 생각을 감추려하기보다 공개적으로 드러냈을 거요. 그러니까 더 순수한 음악을 썼을 거요. … 그러나 내가 쓴 음악이 부끄럽지는 않소. 나의 모든 곡을 다 사랑하오. 절뚝거리는 아이라도 부모에게는 늘 사랑스러운 법이라지 않소."(708쪽)

책은 쇼스타코비치의 일생을 담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그의 음악에 대해서도 밀도 높은 분석을 한다. 저자는 쇼스타코비치 음악 속에 감춰진 비밀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예를 들어 그가 작곡한 현악 4중주 5번을 그의 여성 제자이자 친밀한 관계였던 우스트볼스카야의 클라리넷 3중주와 연결해 분석하면서 그가 음악 속에 남긴 은밀한 메시지를 찾아가기도 한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듣는 독자들에게 음악을 감상하는 새로운 재미를 안겨 준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 방대한 쪽수에 압도될 수 있다. 책을 완성하기 위해 저자가 실제로 취재하고 준비한 분량은 책의 몇배가 될 것이란 것도 짐작할 수 있다. 클래식 애호가라면 긴 호흡으로 한번쯤 도전해보길 권한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듣다가 관련 내용이 궁금할 때마다 펼쳐보는 백과사전이 될 수도 있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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