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갱단에 홀로 맞선 압도적 기억력의 실제 형사 이야기 [책마을]

입력 2023-03-16 14:47   수정 2023-03-27 09:51


20세기 초 미국 뉴욕에 대규모 갈취, 암살, 아동 납치, 폭탄 테러를 일삼은 악명 높은 범죄 조직 ‘검은손 협회(The Black Hand Society)’와 이에 맞선 형사 조셉 페트로시노가 있었다. 형사는 뛰어난 기억력과 변장술을 갖추었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이라 ‘이탈리아의 셜록 홈즈’라 불렸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이야기다. 미국 내러티브 논픽션 작가 스테판 탈티가 쓴 <블랙핸드>는 이 검은손협회와 페트로시노의 대결을 그린다. 책은 1900년대 초 산업화가 한창 진행 중인 도시 곳곳을 영화 속 장면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범죄와의 대결에 일생을 건 한 영웅의 일대기를 복원했다.

검은손협회는 뉴욕 마피아의 전신이다. 아이들을 납치해서 돈을 요구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건물을 폭파했다. 초창기 이탈리아계 이민자를 타깃으로 범행을 벌이다 활동 영역을 차츰 넓혀 뉴욕의 모든 시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 술집 주인이 문 앞에 ‘이 가게는 주인이 가족 상을 당해 문을 닫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걸어놓고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까지 500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았는데, 그만한 돈이 없었던 것이다.

검은손은 그러고도 법망을 자주 빠져나갔다. 납치 아동의 부모는 범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는 맹세와 함께 돈을 전달하고 아이를 돌려받았다. 법정에서 증언을 철회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남편은 살해당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기까지 했다.

이에 맞서 나타난 인물이 페트로시노 형사였다. 1860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에 왔다. 경찰청 앞에서 구두닦이 일을 하다 뛰어난 능력과 수완으로 뉴욕 시경 산하 위생국에서 환경미화원 자리를 얻었다. 이어 뉴욕 경찰로 스카우트됐다. 뉴욕 최초의 이탈리아계 형사가 됐고, ‘신비의 6인조’라고 불린 검은손 전담 수사반을 신설해 반장을 맡았다.

페트로시티는 기억력이 뛰어났다. 사건에 관한 온갖 세부사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계 범죄자 수천 명의 이름과 얼굴 생김새, 생년월일 및 신체 치수, 출신지 배경, 습관, 기소된 죄명 따위를 모조리 외우고 다녔다. 위장술에도 능했다. 하루 1달러 버는 막노동자나 조직폭력배, 위생국 공무원 혹은 가톨릭 사제로 자유자재로 변신했다.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한 번도 뇌물수수 혐의를 받지 않았을 만큼 비리와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놀랍도록 강인했다. 긴 경력을 통틀어 단 한 번도 길거리 싸움에 져본 적이 없었고, 있다 해도 그 일을 떠벌리고 다닌 사람은 없었다.”

페트로시노는 아웃사이더였다. 이탈리아 이민자 사회에서 경찰이 된다는 것은 동포를 등돌리고 자신의 입신양명만 추구하는 불명예 행위였다. 경찰 동료들도 그를 적대했다. 상사들은 검은손 수사에 미온적이었다. 그런데도 수백 명의 갱단원을 체포, 투옥 또는 추방했다.

책은 이렇게 오직 자신의 신념과 선택에 따라 외로운 싸움을 벌인 페트로시노의 활약상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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