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1회분은 피자 한 판 값"…현직 마약상 최초 동행 취재

입력 2023-03-17 10:13   수정 2023-03-17 22:18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숨어있던 마약 밀매상들이 보름 전부터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20년 동안 마약 유통을 한 중간 관리자 A씨는 17일 서울 강북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역대 정부 중 윤석열 정부의 마약 단속 수위가 제일 높다”며 “‘큰손’들이 그동안 활동을 안해 공급이 줄고 가격이 비싸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생계를 이어나가기 어려운 수준이 되자 해외 마약 밀수가 다시 시작됐다는 것. 그는 “수사기관에 걸려 죽나 굶어 죽나 마찬가지”라며 “전면전 양상의 ‘생존 게임’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사전에 경찰 측에 취재 의사를 전달한 뒤 마약상 A씨와 언론 최초로 동행 취재를 했다. 마약은 일상 속으로, 주변으로 '바이러스'처럼 침투해 있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A씨는 30년 전 필로폰 등 여러 마약을 투약했고 현재는 중간 관리자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필로폰 약 50g을 판매한다고 했다. 마약은 주사기 한 개를 기준으로 거래된다. 1g짜리 주사기를 한 작대기라 부르고 여기에 필로폰 가루를 넣은 뒤 판매를 한다. 정량 확인이 쉽기 때문이다.

한 작대기는 투약 13~14회분이다. 시세는 약 50만원. 1회 투약분은 0.075~0.08g으로 3만8500원꼴이다. ‘열 작대기’는 ‘한 봉지’로 10g이다. 대량 구매시 가격이 떨어진다. A씨는 한 봉지를 130만원에 사서 250만원에 판매한다고 한다.

매주 A씨의 판매량은 650명의 투약분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한 주에 500g(6500명 동시 투약)까지 팔았다. A씨는 “단골 손님 중에 약사, 의사 등 다수의 전문직도 많다”며 “다양한 직업군과 학생들이 찾는다”고 했다.

한국에 마약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없다.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서 밀수한다. 한국에서 이들과 거래할 수 있는 큰 손은 크게 네 조직이다. 부산과 대구, 인천 등에 퍼져있다. 이들은 가격 관리를 위해 서로 협의한 뒤 밀수량을 조절한다. A씨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그룹이 밀매상이 현역 중 국내서 가장 오래 활동하는 마약왕이라고 했다. 이들 외에도 부산·인천 등의 지역 조직폭력배가 밀수에 손을 댄다고 한다. 약 20년 전 1회 수 kg 단위로 밀수했지만, 요새는 수요가 급증해 수십 kg 단위씩 통 크게 밀수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일대일 거래가 대부분

A씨는 물건을 공급받는 윗선이 7~10곳이 있다. 이를 하위 유통상 약 50명에게 판매한다. 네 개의 큰 손이 피라미드 형태의 유통 조직에 다단계처럼 퍼져나가는 형식이다. 각 단계마다 A씨 같은 도매상들이 포진해있다. 소비자들과는 대부분 온라인이 아닌 일대일 거래를 통해 유통한다. 보안을 위해서다. A씨는 “이미 서로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거래를 한다”며 “새 손님은 대부분 거래 경험자를 통해 소개를 받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필로폰 정품을 ‘술’ 불량품을 ‘멍’이라 부른다. 일종의 화학 물질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불량품도 나타난다. A씨는 현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하게 단속하며 ‘술’이 원활하게 공급이 안 되자 시중에 ‘멍’이 정품인 것 마냥 몇 달째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보통 품질은 순도를 통해 결정된다. 투약 시 순도 90% 이상의 필로폰은 약 36~48시간, 순도 20~40% 필로폰은 약 6~12시간 등의 마약 지속시간을 보인다고 한다. A씨는 “과거 북한에서 순도 98% 등 고품질 필로폰이 제조돼 동아시아에 유통됐다”고 했다.
◆"마약 청정국? '뽕'은 이미 대중화됐다"
A씨는 최근 10년 동안 마약이 대중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마약 판매 방식이 최근 10~15년 사이 바뀐 것을 일례로 들었다. 약 15년쯤 마약 거래를 주로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 호텔이 접선지였다고 한다. 하지만 요새는 마약이 보편화 되다 보니 전국 어디서나 서로 편한 곳에서 접선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강남 쪽 호텔이 만남의 장소가 됐던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A씨는 “사려는 사람이 많아 판매상 숫자도 늘었다”며 “시장 자체가 커지다 보니 판매 장소가 다양해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다크웹 등 온라인 발전으로 호기심 있는 대중들이 마약을 구입하고자 쉽게 도전하고 있다고 봤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A씨는 “온라인 거래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 보지만 그만큼 경찰도 쉽게 단속한다”며 “리스크가 큰 만큼 시세도 더 비싼 편”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선 필로폰 가격이 직거래보다 40% 이상 비싼 1g당 70만~80만원 선이다. A씨는 “5060세대들은 온라인 거래가 익숙하지 않다”며 “여전히 주된 시장은 오프라인”이라고 했다. A씨는 온라인 거래의 경우 무조건 수사기관에서 이력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A씨는 “현 정부가 마약 전쟁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거래는 무조건 걸린다”고 했다.
◆마약 담당 경찰과 마약상은 공생 관계
특정 마약 담당 경찰과 친한 마약상을 업계 은어로 ‘야당’이라 부른다. 정치권에서 쓰는 용어와 같다. 마약 수사관들은 ‘야당’을 통해 관련 첩보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다. 일종의 정보원이다. 대신 이들의 불법 활동을 일부 묵인해 준다. 특히 마약 수사의 경우 법원에서 함정수사가 가능하다고 허용해 준다. 전국의 퍼져있는 경찰의 마약 수사팀들이 자신들만의 ‘야당’ 마약상과 협업해 다른 마약상과 투약자를 잡는 구조다. 다른 마약상을 제거하고자 자기와 친한 경찰에 일부러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은 지난해 8∼12월 5개월간 마약류 범죄를 특별단속해 유통·투약 사범 570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791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현재도 특별 단속 기간에 준할 수준으로 기획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수사 전문성 강화를 위해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도 전국 시·도경찰청에 확대 운영한다. 정보 기술 분야 전문가를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으로 채용해 인터넷 마약류 범죄 추적 등에 특화된 수사 인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는 “국민적 불안을 달래고자 마약 근절을 경찰 수사에 우선순위로 정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마약 신고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마약범죄 신고는 경찰청 112, 검찰청 1301, 관세청 125에서 할 수 있다. 상담이 필요한 경우라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전화하거나, 상담 게시판을 이용하여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약류중독자 무료 치료병원는 세 곳이 있다. 국립부곡병원, 시립은평병원, 중독재활센터 등에 전화하면 된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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