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키위협동조합 제스프리에 합류하는 국내 농가가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와 전남에서 300개 가까운 농가가 가입해 4년 만에 50% 증가세를 보였다.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다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감귤 한라봉 등의 재배 농가들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선진 시스템을 적용하는 제스프리로 갈아타는 추세다.
제스프리 키위의 국내 재배 면적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재배 면적은 232만㎡로 2019년(119㎡)의 두 배가량(94.9%)으로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대표 과일이던 감귤이 이제는 딸기 키위 망고 등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고 가격 변동성이 커 농가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며 “인력난을 견디지 못해 제스프리로 옮긴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제주도 감귤산업은 매년 위축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감귤 재배 면적은 2021년 1억9998만㎡로 1990년 이후 31년 만에 2억㎡ 밑으로 떨어졌다.
생산뿐 아니라 포장, 유통,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시스템화했다. 안양순 제스프리프레쉬프로듀스코리아 지사장은 “뉴질랜드에서 키위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기술과 시스템을 국내에 전수하고 있다”며 “국내 농민들이 뉴질랜드를 정기적으로 견학하고, 뉴질랜드에서 기술자를 국내로 파견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초창기엔 제스프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농약 잔류 검사에서 탈락해 수확하지 못하자 거세게 반발하는 농가도 있었다. 안 지사장은 “항생제를 금지하고 농약 잔류 검사를 통과하도록 규정하다 보니 처음에는 농가 불만이 많았다”며 “지금은 최상품 키위를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을 따라오는 농가가 많아져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제스프리 농가의 연 매출은 1만㎡ 당 평균 1억2000만원 가량이다. 평균 재배면적이 8000㎡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기준으로 농가당 연 9700만원 가량의 매출을 거둔다는 뜻이다. 제스프리에 일정 로열티(마케팅, 유통비용 포함)를 지급한 후의 금액이다. 여기서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을 빼고 매출의 50%가량을 농가가 소득으로 거둬들인다. “식재 연차와 농가의 노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제스프리의 교육을 따라오면 충분히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안 지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 제스프리 농가의 가업 승계 사례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에 다니던 오봉훈 씨(29)는 아버지의 제스프리 농장을 물려받기 위해 최근 제주도로 내려왔다. 오씨는 “농업이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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