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 떴는데도 "쉽게 되겠나"…역세권 아파트도 수억원씩 '뚝'

입력 2023-03-22 06:45   수정 2023-03-22 09:10


정부가 재정비를 추진하는 1기 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점차 냉각되고 있다. 정부는 속도감 있는 재건축을 약속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산본 신도시인 군포시 금정동의 '무궁화' 전용 101㎡는 이달 5억77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중개거래를 기준으로 7억1000만원(7층)이던 직전 거래에서 1억3300만원 내렸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에서 약 250m 거리에 있는 역세권 아파트이고 재건축에 유리한 중대형 면적으로만 구성됐지만, 가격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직거래보다도 저렴해졌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은 2021년 말 직거래로 6억원(2층)에 매매됐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세금 부담을 줄이고자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직거래보다도 중개거래 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산본 집값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인근 '퇴계주공3단지' 전용 39㎡는 이달 2억6500만원(7층)에 매매됐다. 2021년 최고가 4억2500만원(18층)에 비해 가격이 1억5300만원 낮아졌다. 1기 신도시 재정비 호재에도 집값이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 들어 1월 2억4000만원(19층), 2월 2억4300만원(18층) 등 소폭 오름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산본동 '세종주공6단지' 전용 58㎡는 이달 3억6000만원(2층)에 팔렸다. 2021년 6억2700만원(12층)까지 올랐다가 지난 1월 3억5000만원(15층)에 거래된 이후 지난달 4억4800만원(13층)까지 반등했지만, 이달 재차 하락했다. 최고가 대비로는 42% 낮은 가격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집값이 9.16% 하락할 동안 군포 집값은 9.94% 내렸다. 올해 들어서도 수도권 평균(-4.62%)을 훌쩍 뛰어넘는 7.53% 하락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이 지난달 베일을 벗었지만, 집값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관건은 재정비 사업의 속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일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일산 신도시를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고는 "재건축 사업에 있어 일부러 시간을 늦출 이유가 없다"며 "재건축 준비가 되는 대로 질서 있게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정부)가 발목 잡는 건 없을 것"이라며 속도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재정비가 아직 멀리 있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금정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단지마다 재건축 얘기가 나오지만, 아직 먼 이야기"라며 "재정비 기대감이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본동 개업중개사도 "정부에서는 여러 단지를 통합해야 빨리 된다던데, 그게 말처럼 쉽겠느냐"며 재정비 속도전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보탰다.

전문가들도 1기 신도시 재정비에 산적한 과제가 많아 아직 집값에 영향을 주진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1기 신도시 재정비가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려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부터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특별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도 미지수이고 통합재건축, 이주대책 등 산적한 과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예전 상승장에서는 작은 호재로도 집값이 뛰었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기대감이 가격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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