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후 시작된 학대…계모, 숨진 초등생에 모든 원망 쏟아냈다

입력 2023-03-23 10:12   수정 2023-03-23 10:13


친부와 계모에 의해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이 사망 전 1년간 당한 학대의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계모는 뱃속의 태아를 유산한 뒤부터 모든 원망을 어린 의붓아들에게 쏟아내다가 결국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최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계모 A(43)씨는 지난해 3월 9일 처음 의붓아들 B(12)군을 학대했다. 돈을 훔쳤다며 드럼 채로 B군의 종아리를 10차례 정도 때린 것이다.

당시 임신을 했던 A씨는 한 달 후 유산하자 이때부터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기 시작했다. B군이 평소 무언갈 지시해도 잘 따르지 않고, 행동도 산만하다고 느꼈다는 A씨는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유산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검찰은 B군을 향한 A씨의 불만이 유산을 계기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적었다.

한 달에 1~2번이던 학대 횟수는 점차 늘어나 지난해 11월 7차례로 급증했고,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방에서 1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 한 체벌도 5시간으로 늘렸다. 알루미늄 봉이나 플라스틱 옷걸이로 B군의 온몸을 때리면서 "무릎 꿇고 앉아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며 "너는 평생 방에서 못 나온다"고 폭언했다. 친부 C(40) 씨도 B군의 행동을 입에 옮기는 A씨와 부부싸움이 잦아지자 가정불화의 원인이 아들이라고 생각해 학대에 가담했다.


B군이 참다못해 방에서 나오면 A씨는 다시 방에 가두고 옷으로 눈을 가리고 커튼 끈을 이용해 의자에 손발을 묶었다. B군은 사망 이틀 전부터 16시간 동안 이런 자세로 묶여 있었다. A씨는 방 밖에서 폐쇄회로(CC)TV와 비슷한 '홈캠'으로 B군의 동태를 감시했다. 사망 당일 오후 1시 B군은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계모의 팔을 붙잡으며 빌었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B군의 가슴을 매몰차게 밀쳤고, 영양실조 상태에서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B군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1년간 학대당하는 과정에서 B군의 몸무게는 2021년 12월 38kg에서 지난 2월 7일 사망 당일 29.5kg으로 줄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cm 컸지만, 몸무게는 평균 대비 15kg이나 적게 나갔다.

A씨 부부의 첫 재판은 내달 13일 오전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린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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